지난 1940년대 말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인 페멕스의 지질학자들은 유카탄반도의 칙술루브 마을에서 지질 탐사를 벌이다가 거대한 원형 지형과 싱크홀을 발견했다. 그들은 유전에만 관심을 갖다 보니 이를 무심코 지나쳐버렸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1980년. 미국 사이언스지에 공룡 멸종이 소행성과의 충돌에 의한 것이라는 물리화학자 루이스 앨버레즈의 획기적인 논문이 실렸다. 당시만 해도 공룡이 화산 폭발 때문에 사라졌다는 학설이 지배적이었던 때라 다들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6,500만년 전에 생긴 유카탄반도의 분화구가 결정적 증거로 공개되면서 지름 약 10㎞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대멸망이 초래됐다는 앨버레즈의 이론은 정설로 자리 잡게 됐다.
소행성은 지금으로부터 46억년 전 태양계가 생성될 때 조성된 암석으로 이뤄진 잔해물이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지름 1㎞ 이상의 소행성이 110만~190만개에 달하고 이보다 작은 소행성은 수백만 개로 추정되고 있다. 통상 지름 1m 정도의 운석은 지구에 떨어져도 대기권에서 타버리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더 큰 운석이나 소행성이 초속 20㎞가 넘는 속도로 지구와 충돌하면 엄청난 파괴력을 갖기 마련이다. 실제 1490년께 중국에서는 1만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 있으며 2013년 2월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도 1만3,000톤으로 추정되는 소행성의 충돌과정에서 발생한 유성우로 건물 수천 채가 파괴되고 1,000명 이상이 다치기도 했다. 공상영화 '딥 임팩트'의 이야기가 현실에서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지구와의 최근접거리인 750만㎞ 이내로 접근하는 소행성과 혜성의 충돌을 막기 위해 지구방위합동본부(PDCO)를 발족했다. 부서장인 린들리 존슨의 직함은 거창하게도 행성방위 담당관이다. NASA는 천체 망원경과 우주에 띄운 네오와이즈 적외선 망원경을 통해 1만3,500개의 지구 근접물질을 발견했고 소행성의 진로를 바꾸기 위해 핵무기를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만사불여튼튼이라고 했다. 외계 물질의 습격에 맞선 지구방위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정상범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