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쇠재두루미' 열강

배터리 등 '오래·가볍게·길게' 혁신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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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8,000m가 넘는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산맥. 해마다 겨울이면 "바람만이 넘는다"는 이 험준한 산맥을 겁 없이 날아오르는 새들이 있다. 몽골에서 출발, 따뜻한 인도로 향하는 쇠재두루미들이다. 이 새들은 더 빠른 속도로, 더 오래 비행하기 위해 몸집을 줄이고 호흡법까지 바꾸는 처절한 혁신을 감행한다.

'몸집은 가볍게, 비행은 길게.'


이는 모든 리튬이온배터리(2차 전지) 업체의 목표인 '더 오래가면서도 크기는 작고 무게는 가벼운 배터리'와도 닮아 있다. 최근 삼성SDI 임직원들이 쇠재두루미의 혁신을 '열공'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사내방송 등을 통해 '히말라야를 넘는 쇠재두루미' 이야기를 임직원들에 홍보하고 있다. 조남성 삼성SDI 사장도 지난 4일 신년사에서 "쇠재두루미처럼 조직 속의 지방은 제거하고 근육을 키워야 경쟁에서 승리한다"고 할 정도로 삼성SDI는 그야말로 '쇠재두루미 열풍'이다.

쇠재두루미는 봄부터 가을까지 식성을 바꿔 몸집을 최대한 줄이고 부리모양까지 바꾼다. 어려운 경영여건을 극복하기 위한 임직원의 자기계발과 공동체 정신을 일깨우는 모범인 셈이다.

삼성SDI 측은 "배터리 업계의 화두는 쇠재두루미처럼 부피는 줄이면서 사용시간은 늘리는 '고밀도 경쟁'"이라며 "쇠재두루미의 공동체 비행 역시 수백, 수천 개 배터리 셀을 묶어 최대한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리는 팩 기술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만큼 배울 수 있는 점이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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