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 가히 산업혁명과 같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인류 역사에 자동차가 처음 나왔던 때를 상상하면 될 겁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세계 최대 규모 가전 전시회 'CES 2016'에서 만난 글로벌 드론 1위 업체 중국의 DJI 임원은 "안전기술과 가상현실(VR)이 접목된 드론이 이번 전시회의 특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은 다양한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드론과 접목되는 과정으로 기술 진보가 이뤄질수록 드론의 쓰임새는 엄청나게 넓어질 것"이라며 "인류가 그동안 지상에서 활용하지 못했던 100~200m 사이의 공간을 나는 상업용 드론이 상용화되면 과거 SF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동안 군사용에 국한됐던 드론이 급속히 상업용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해가면서 활용 분야가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글로벌 업체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는 이유다.
◇中 DJI·이항 등 시장 주도=글로벌 드론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CES에 독립된 전시공간을 마련했지만 이번 전시회에서는 아예 전시장에 그물망을 쳐놓고 다양한 형태의 드론을 비행하는 볼거리를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우선 DJI는 CES에서 대표작인 '팬텀3 4K'를 선보였다. 팬텀3 4K는 최대 1.2㎞를 비행할 수 있고 공중에서 촬영한 영상을 초당 30프레임으로 사용자의 스마트폰에 실시간으로 전송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또 다른 중국 업체 이항은 세계 최초로 파일럿 없이 사람이 탈 수 있는 '이항184'를 내놨다. 단 2시간 충전 후 100㎏까지의 사람이나 물건을 싣고 23분 비행이 가능하며 최고 속력은 시속 100㎞에 이르는 제품이다. 무엇보다 이항184는 사람이 탑승하는 드론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항공기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탑승객이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경로를 입력하면 드론이 자동으로 날아간다는 점이다. 이동 수단의 일대 혁명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중국 업체들이 상업용 드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상업용 드론 시장에서 DJI가 무려 7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분석했을 정도다. 업계도 DJI가 지난해 드론 업체 사상 최초로 10억달러 매출을 돌파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회사의 2013년 매출이 1억3,000만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히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홍콩과학기술대를 다니던 프랭크 왕이 2006년 자신의 기숙사 방에서 설립한 드론 제조업체 DJI가 글로벌 업체로 성장하는 데는 채 10년이 걸리지 않은 셈이다.
◇상업용 연평균 33% 성장, 2025년 910억달러=드론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당연해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와 국제무인시스템협회 등이 발표한 보고서 등을 종합해 보면 상업용과 군사용을 합친 전체 시장은 2015년 70억달러 수준에서 2025년이면 최대 910억달러까지 전망된다. 기관마다 전망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상업용 드론 시장이 연평균 35%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군사용 시장 연평균 전망치 9%보다 약 4배 높은 수치다. 또 상업용 드론 출하량도 지난해 8만대 수준에서 2025년에는 26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파급효과도 엄청나다. 국제무인시스템협회(AUVSI) 등은 2025년에 이르러 드론 관련한 신규 일자리가 10만개 이상 창출될 것으로 봤다. 드론의 상업적 이용과 관련한 규제와 법 등이 국가별로 완화되면 드론을 조종하는 파일럿이 유망 직종으로 떠오르고 고비용의 유통 서비스가 드론으로 대체되면서 산업 전반에 일대 혁신이 일 것이라는 얘기다.
◇VR에 전용칩 탑재 등 기술 발전 속도 빨라=시장의 성장은 기술 발전에 바탕한다. 이미 4K 이상의 고화질 카메라 장착은 이제 기본이 됐고 여기에 충돌 방지와 배터리 및 충전 성능의 발전으로 비행시간이 길어지거나 속도까지 빨라지는 추세다. 또 드론 조종자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이용하거나 별도의 3차원 고글을 착용하는 제품이 늘었고 디자인도 다양해져 날개를 접고 펴는 드론에서부터 원형이나 사각형의 모양까지 등장했다. 탑재 칩도 한층 업그레이드되는 추세다. 퀄컴이 CES에서 드론 전용 스냅드래곤칩이 탑재된 제품을 내놓자 인텔도 드론 전용 프로세서 개발을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활용 범위도 크게 확장되고 있는데 아마존과 월마트 등은 이미 드론 배송 시범서비스에 돌입했고 일본의 소니는 지난해 말 드론법 시행에 맞춰 드론으로 아파트 건설 현장을 점검하는 서비스를 계획 중이다. 특히 구글은 조만간 충돌 방지 시스템 개발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구글의 '윙 프로젝트' 담당자 데이비드 보스는 "내년까지 드론별로 운영자를 식별하고 다른 비행체와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적 난제인 충돌 방지 시스템을 개발해 본격적으로 드론 택배 시대의 막을 열겠다는 것이다. 다만 비상 상황시 대처 능력과 정밀 자동 이착륙 오차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윤광준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GPS 이착륙 오차가 3m 정도"라며 "이를 1㎝ 이하로 낮추는 방식으로 기술이 개발돼야 산업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대경기자 kw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