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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사진) 대한항공 총괄부사장이 새해 들어 광폭경영에 나서고 있다. 최근 그룹 인사에서 대한항공 전사(全社)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총괄부사장에 오른 데 이어 항만물류 계열사 경영에도 최초로 참여하며 입지를 더욱 단단히 굳히고 있다.
올해 한진그룹의 지주사 전환이 마무리되면 조 부사장의 경영 색깔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조 부사장은 최근 한진해운신항만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한진에서 각각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를 맡고 있지만 항만물류 계열사에서 이사직에 선임된 것은 처음이다.
조 부사장이 물류전문 기업인 한진그룹에서 육해공을 사실상 모두 담당하게 된 셈이다.
한진해운신항만은 부산 신항 컨테이너 부두 임대권을 가진 항만물류 전문기업으로 매년 300억~400억원의 영업익을 내는 알짜회사다. 이 회사는 본래 한진해운의 자회사였으나 지난해 11월 1,355억원에 ㈜한진에 매각됐다.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한진해운)가 증손회사(한진해운신항만) 지분 일부를 갖지 못하도록 한 규제를 피하는 동시에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한진해운의 숨통을 틔우려는 조치였다.
재계에서는 조 부사장이 해운업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항만물류사업 경영에 참여한 뒤 장차 한진해운 업무에도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한진해운은 조양호 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은 것을 제외하면 오너가의 경영 참여가 제한돼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국제화물 운임이 사상 최저치를 나타낼 정도로 업황이 최악인 상황에서 재무구조까지 악화하고 있어 심각한 위기 수준"이라며 "조 부사장이 소방수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한진해운은 지난해까지 벌크전용선사업부 등 핵심 자산을 줄줄이 매각하며 부채비율을 700% 아래까지 끌어내렸지만 영업익으로 이자비용도 내지 못할 정도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4·4분기에는 가까스로 흑자로 돌아선 영업익이 다시 적자 전환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진 관계자는 "그룹 내 물류사업 간 시너지를 내기 위해 조 부사장이 항만물류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