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소리
지난해 연말 개봉, 북미에서만 8억 불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북미 역대 1위, 전세계 3위 흥행 영화로 자리매김한 ‘스타워즈 : 깨어난포스’. 화려한 볼거리 등 여러 흥행 요소가 넘쳤지만 무엇보다 화제를 모은 건 새롭게 등장한 로봇(드로이드) BB-8의 존재였다. 축구공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됐다는 이 드로이드의 특징은 한눈에 사랑에 빠질 만큼 작고 귀엽다는 점. 동그란 몸체를 굴려 전 우주를 종횡무진 누비는 모습은 입가에 미소를 띄게 했다. 한국 영화 최초로 실물 로봇을 등장시켜 눈길을 끌고 있는 영화 ‘로봇, 소리(27일 개봉)’ 속 위성 로봇 ‘소리’ 역시 귀엽다는 찬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사랑스러운 외관이 특징이다. 사람을 쳐다보는 귀여운 너구리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소리’는 마치 귀여운 여동생처럼 친근하다.
영화 속 로봇의 이미지가 변하고 있다. 낯선 외양과 이질감 탓에 공포의 대상이었던 과거에서 인간과 꼭 닮은 모습으로 우리의 인간성을 되묻던 현재를 지나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닮은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이 대세가 됐다. 동그랗고 때로는 푹신하기까지 한 미래의 로봇이 주는 감정은 바로 ‘힐링’과 ‘위로’다.
BB-8
◇영화 속 로봇, 공포의 대상에서 다정한 동반자로=영화 속 로봇의 존재는 꽤 오랜 기간 공포의 대상이었다. 로봇 영화가 활발히 만들어지기 시작한 1950년대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로봇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지적·신체적 능력을 갖추었지만 언제라도 오류나 말썽을 일으켜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이질적 존재였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의 HAL9000, ‘터미네이터(1980~2015)’ 시리즈 속 로봇들은 인간을 죽이고 결국 지배하기까지 했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는 인간을 닮은 로봇들의 시대가 왔다. 사랑을 느끼는 로봇이 등장하는 ‘바이센터니얼맨(1999)’, 외모조차 인간 아이를 쏙뺀 로봇 데이비드의 여정을 그린 스티븐 스필버그의 ‘에이 아이(2001)’ 등의 영화가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모습을 보이며 인류가 잃어 버리고 있는 휴머니즘의 가치를 되물었다.
영화 속 로봇의 외모가 다시 한번 드라마틱하게 변한 것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빅히어로(2015)’부터다. ‘빅히어로’ 속 거대로봇 ‘베이맥스’는 강한 힘을 가지긴 했는데 마시멜로처럼 부드럽고 푹신해 ‘안기고 싶다’는 느낌을 줬다. 관객들은 로봇이 따뜻함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베이맥스
◇CG에서 실물로, 삶 속에 들어온 로봇=‘베이 맥스’의 뒤를 잇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BB-8’과 ‘로봇, 소리’ 속 ‘소리’. 똑 닮은 사랑스러운 외관의 두 로봇이 좀 더 특별한 지점은 컴퓨터 그래픽(CG)이 아니라 실물로 제작됐다는 점이다. 영화에서만큼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이동이 가능할 뿐 아니라 고개를 까닥이고 시선을 맞추는 등의 움직임도 가능하다. 공상과학영화 속 판타지가 아니라 실제 삶 속에서 얼마든지 마주칠 수 있는 존재. 로봇은 그렇게 인류의 삶 속으로 들어왔다. 사실 영화 속 로봇의 이미지가 부드럽고 다정하게 바뀌고 있는 이유도 그만큼 로봇이 우리 삶에 가까이 다가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통상 미디어 속 로봇은 미래 기술이 가져다줄 디스토피아에 대한 불안이 심했던 과거에 적(敵)으로 묘사되곤 했다. 하지만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해 장난감 로봇 등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 이 순간 영화 속 로봇은 누구보다 든든한 동반자이자 친구로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김경미기자 kmkim@sed.co.kr 사진제공=각 영화 배급사
스타워즈 과거 시리즈의 주역 R2D2와 C-3P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