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치원이 빚내서 누리예산 집행하는 웃지 못할 현실

유치원들이 누리과정에 드는 비용을 마련하려고 빚을 내기로 했다. 서울 등 전국 사립 유치원들이 누리예산이 편성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은행에서 대출 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다. 상당수 유치원은 이미 은행 문의를 마친 상태로 서울 지역의 경우 교육청 승인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유치원은 학교로 분류돼 은행 대출을 받으려면 관련당국의 사전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기도와 광주교육청은 정부가 할 일인데 자신들이 왜 보증을 서야 하느냐며 그마저도 퇴짜를 놓았다고 한다. 교사들 월급날은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유치원들로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자칫 이달부터 교사 인건비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유치원이 속출할 판이다. 당장 서울에서는 보육대란이 현실화할 위기에 처했다. 지금까지 교육청이 매월 20일께 누리과정 지원금을 지급해왔는데 시의회에서 유치원분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오죽 급했으면 유치원들이 빚이라도 내서 급한 불을 끄겠다고 나섰겠는가. 원아 200명 정도인 유치원은 5,000만원 이상을 빌려야 인건비와 운영비를 충당해 정상 운영이 가능한 실정이라고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와 시도교육청은 여전히 서로 손가락질만 하고 있다. 정부는 "교육감 의무사항이고 필요예산을 이미 보냈다"고 되뇌고 교육청은 "문제 해결은 정부와 국회의 몫"이라며 떠넘기고 있다.

18일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단이 만났는데도 인식차만 재확인한 채 헤어졌다.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벼랑 끝 정쟁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말로는 걱정한다고 하지만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누리예산 문제 하나도 풀지 못하면서 국민들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부·교육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누가 누리예산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으려 하는지 밝혀내야 할 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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