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검사는 고소인을 조사하면서 "거짓말을 하면 공무상 업무방해로 검찰에 온 것을 후회하도록 하겠다. 내가 XX지역 교도소나 구치소에서 똘아이로 알려져 있다"며 협박했다. 또 "내가 하는 일에 태클을 걸려면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 청와대 법무비서관 정도를 동원하든지…"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B 검사는 변호인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피의자에게 수갑을 채운 상태로 조사를 진행했다. 변호인이 계속 항의하자 그를 검사실에서 강제로 쫓아냈고 이 과정에서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혔다.
대한변호사협회가 공개한 검사들의 부적절한 행태다. 대한변협은 최근 3개월간 전국의 소속 변호사들이 수사·재판 과정에서 경험한 검사들의 언행을 보고한 '2015년 검사평가 사례집'을 19일 발표했다. 변호사협회에서 검사평가를 실시해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례집에 따르면 변호사들의 눈에 비친 검사는 피의자를 직접 때리지만 않았지 막말과 고압적인 태도로 위협하는 행태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검사는 재수사를 요구하는 범죄 피해자에게 "사기당한 놈이 미친놈 아니냐. 내가 조사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며 막말을 퍼부었다. 또 다른 검사는 피의자에게 "사실대로 말하라, 바른대로 말하면 벌금으로 끝내겠다"며 반복적으로 회유하기도 했다. 유죄를 인정하거나 특정 증언을 하는 대가로 형량을 낮춰주는 식의 회유는 현행법상 금지된 행동이다.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자 책상을 내려치고 큰소리로 고함을 치는 검사도 있었다.
다만 이 같은 부정적 사례는 수사 과정에서 원하는 결과를 받지 못한 변호사들이 주로 주장하는 것이어서 객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재경지역의 한 검사는 "변협의 일부 지적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겠지만 통상 검찰과 이해관계가 반대될 수밖에 없는 변호사가 검사를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변협은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능력이 뛰어난 '우수검사' 10명의 명단도 밝혔다. 수사 부문에서는 변수량(사볍연수원 32기)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최우수 검사로 꼽혔다. 차상우(35기)·최인상(32기)·장려미(38기)·김정환(33기) 검사도 우수검사에 선정됐다. 공판 부문에서는 채필규(변호사시험 2회)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1위를, 박하영(31기), 추장현(37기), 김영오(34기), 오선희(37기) 검사가 2~5위를 차지했다. 변협은 하위 검사 10명도 선정했지만 이 명단은 공개하지 않고 법무부와 대검찰청에만 전달했다.
하창우 변협 회장은 "검찰이 검사평가 결과를 받아들여 자질 없는 검사는 수사에서 배제하고 수사 과정에서 인권을 보호하도록 개혁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