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역대 최대… 외국인 32일째 순매도… 투자심리 살얼음판

1월 들어 평균 공매도 비중 7.49%… 9% 넘기기도
외국인 셀 코리아 가속화… 최장 33일 경신 '눈앞'
"바닥까지 온 상황… 수급 추가악화 없을것" 예상도



이달 들어 공매도 비중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32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며 역대 최장기간(33일) 순매도를 경신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셀 코리아' 행렬의 가속화로 국내 증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성되는 형국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까지 국내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서 금액 기준 월평균 공매도 비중은 7.49%로 2004년 거래소가 공매도 관련 자료를 전산화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 월평균 공매도 비중은 위안화 평가절하로 증시가 흔들렸던 지난해 8월의 7.19%였다.


이달 들어 공매도는 급격한 증가 추세다. 지난해 12월 평균 공매도 비중은 5.23%에 불과했으나 10여 거래일 만에 2.26%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실제 올해 첫 거래일인 4일 공매도 비중은 5.73%로 소폭 늘었으나 5일 8.03%, 12일 8.87%로 늘어난 데 이어 14일부터는 사흘 연속 9%를 넘기며 일별 비중도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 비중이 9%를 넘긴 것은 지난해 8월과 9월을 합쳐 3차례뿐이다.

공매도란 주가가 향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주식을 빌려서 미리 판 후 주가가 하락하면 해당 주식을 사 공매도분을 상환하면서 시세 차익을 얻는 투자기법이다. 지난해 기준 외국인이 전체 투자자의 71.83%에 달하는 등 사실상 국내 증시를 쥐고 흔드는 외국인이 전체 공매도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공매도 증가는 증시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공매도 비중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것은 투자 심리가 크게 약화된 데다 앞으로 증시에 대한 전망이 어느 때보다 우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지난해 8월의 경우 위안화만 이슈였지만 지금은 유가 하락의 폭이나 신흥국의 환율 약세도 두드러지는 등 복잡한 외부 이슈가 얽혀 있어 투자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큰 상태"라고 설명했다.

공매도는 업종도 가리지 않고 있다. 전기전자(6,733억원)와 화학(5,969억원), 운수장비(5,458억원), 서비스업(4,403억원), 금융업(3,855억원), 유통업(3,600억원) 등의 순으로 공매도가 많아 수출주와 내수주의 구별도 없었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2,510억원)와 한국항공우주(1,482억원), 아모레퍼시픽(1,462억원), 호텔신라(1,378억원), LG전자(1,288억원), 기아차(1,021억원), 한미약품(865억원) 등의 순으로 많았다. 이 센터장은 "주가 하락 폭이 비교적 적은 대형주나 주가가 많이 오른 한미약품의 공매도가 많은 것은 앞으로 시장이 흔들리면 더 이상 상승세를 지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매도 증가와 함께 외국인의 팔자 행진도 계속되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도 코스피시장에서 2,691억원을 순매도하며 정규시장 내 32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그간 최장기간 순매도(33거래일) 경신이 눈앞에 다가온 셈이다. 외국인투자가 이탈의 대표적 원인으로는 유가 하락이 꼽힌다. 유가 하락으로 재정 수입이 줄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국가들이 해외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재정이 악화된 중국 국가들이 국부펀드로부터 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수준에 머물 경우 산유국 기관들의 추가 순매도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형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주요 산유국의 한국 투자 비중은 2%인데 아시아 투자 비중이 7%임을 고려하면 결코 작지 않다"며 "유가 급락으로 오일머니 회수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매도 증가나 외국인의 최장기간 순매도를 부정적으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다. 공매도 비중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만큼 이제 더 이상 나빠질 여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미 코스피의 공매도 비중이 최고 수준에 이르는 등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이 약 6년 5개월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며 "국내 증시의 수급이 추가적으로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연하·김창영기자 yeona@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