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일산 작업실에서 도난당한 '접합 14-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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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종현 화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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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서 위조가 확인돼 국과수로 넘어간 '점으로부터 No.780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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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환 화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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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좋은 일에는 방해가 따르듯 명품에는 '짝퉁'과 '도난'의 위험이 도사리기 마련인데 최근 몇 년 사이 세계 미술시장의 '핫 아이템'으로 급부상한 '단색화'의 최근 상황이 그짝이다.
단색화 대표작가 중 하나인 하종현(81) 화백이 최근 세로 180, 가로 120㎝의 대작 2점을 도둑맞았다. 하 화백은 19일 "경기도 일산 작업실에 있던 작품 2점이 액자가 벗겨진 채 캔버스 천만 사라졌다"면서 "15일쯤 도난당한 것 같아 신고했고 경찰과 보안업체가 다녀갔다"고 전했다. 박서보·정상화와 더불어 대표적인 단색화 1세대 작가로 꼽히는 하 화백은 마대 뒷면에 도구를 이용해 물감을 짓이겨 넣는 고유의 방식으로 제작한 '접합'시리즈가 대표작이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하종현의 작품은 2014년 초 100호(160×130㎝) 크기의 낙찰가가 3,000만~4,000만원이던 것이 지난해 말에는 1억원을 호가했다. 2015년 국내 경매낙찰 총액만 약 31억5,000만원(52점)이었다. 최근 시장 수요를 감안하면 도난작은 적어도 2억원 상당의 가치로 추정된다. 이에 한국화랑협회는 142개 회원화랑과 한국미술품감정협회, 경매회사 등지에 작품 도난을 알리는 공문을 배포하고 '장물 유통'에 대한 제보를 요청했다.
한편 한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이우환은 또다시 '위작 유통 의혹'에 휘말렸다. 이번에는 지난해 11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120만홍콩달러(약1억8,600만원)에 거래된 '선으로부터' 연작이 도마에 올랐다. 최명윤 전 명지대 문화재보존관리학과 교수는 최근 언론을 통해 "지난해 11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 출품된 '선으로부터' 시리즈 작품 1점과 2012년 개인 차원에서 소장가의 부탁으로 살펴본 '점으로부터' 작품 1점의 일련번호가 같은 점을 확인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현대미술품의 경우 제목을 붙이는 대신 작가가 일련번호 형식의 작품명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국내 경매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김환기의 작품명 '19-Ⅶ-71 #209'는 1971년 7월19일에 완성한 작품이며 점화시리즈 중 209번째라는 뜻이다. 작품 식별을 위해서라도 일련번호는 가급적 서로 다르게 붙인다는 게 미술계 통념이다. 그런데 작품 일련번호가 동일한 다른 작품이 존재한다는 것은 '위작 유통'의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다는 게 최 전 교수의 주장이다. 지난해 12월 K옥션에서 5억여원에 낙찰된 작품에 첨부된 감정서가 경찰 수사 결과 '위조'로 확인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이우환의 작품 '점으로부터 No.780217'의 진위분석을 진행중인 상황인데다, 국내 최대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의 거래작이 연루돼 미술시장의 신뢰도는 또 다시 상처를 입었다.
이에 대해 서울옥션 최윤석 상무는 "이우환 작품은 위작 유통 의혹 때문에라도 더욱 신중하게 진행해 왔다"면서 "작품 의뢰인이 제일교포 4세로 할아버지의 별장에 20년 이상 방치됐던 1970년대 후반의 그림들 중 한 점"이라고 밝혔다. 작품 진위감정에서 소장이력 등의 출처는 가장 중요한 단서인데, 이 부분이 확실하다는 뜻이다. 그는 "경매 전에 이우환 작가가 (작품을) 직접 보고 진품이라는 '작가 감정서'도 발행해 준 작품이며, 작가 본인이 일련번호가 같은 작품이 종종 있어서 (이번 의혹작품과) 같은 일련번호의 그림이 예전에 크리스티 경매의 이브닝세일에서도 거래된 적 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미술평론가인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이우환의 '위작 유통 의혹'은 비단 한 작가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미술시장 전체를 뒤흔들 핵폭탄급 사안인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이라며 "작품 감정은 소장이력·재료학·도상학 등 종합학문적 영역인데 이것을 너무 시장적 관점에서만 바라본 탓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