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자금 亞엑소더스 본격화] 시총 120조 허공으로… 코스피 긴 겨울잠 드나

외국인 역대 최장 '셀 코리아'
마땅한 상승모멘텀 없는데 수급공백마저 장기화 가능성
당분간 조정장세 이어질듯

외국인 투자가들의 '셀 코리아' 행진이 역대 최장 기간을 기록하면서 한국 증시도 '패닉(공황)'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외국인이 연일 매도 주문을 외친 지난 33거래일간 국내 증시에서는 무려 120조원에 가까운 시가총액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국제유가 급락과 원화 약세에 따른 환차손 부담 등 증시 상승을 이끌 마땅한 모멘텀이 없는 가운데 외국인 수급 여건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당분간 국내 증시는 깊은 겨울잠에 빠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한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은 총 1,366조5,18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외국인의 매도 행진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1일의 1,484조9,600억원과 비교해 두 달도 채 안 돼 118조원 넘게 줄어든 규모다. 시장별로는 상대적으로 대형주의 낙폭이 컸던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이 116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좀처럼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외국인의 매도세는 한국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6일 한국항공우주의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물량을 제외하면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33거래일간 5조8,000억원 가까이를 팔아치웠다. 이는 역대 최장 연속 순매도 기간인 2008년 6월9일~7월23일과 동일하다. 당시 외국인은 8조9,834억원을 순매도했다. 위안화 약세에 따른 원화 약세로 환차손 부담이 커진데다 유가 급락으로 주요 산유국들의 오일머니가 증시를 빠져나가면서 외국인의 셀 코리아를 부채질하고 있는 모습이다. 외국인 자금이탈이 지속되면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시총 비중(28.69%)도 약 6년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마땅한 상승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에서 수급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증시는 작은 악재에도 주가가 크게 요동치는 패닉 상태로 접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 여건이 다른 해외 시장에 비해 크게 나쁘지는 않지만 주도주와 모멘텀 부재, 수급 기반 약화 등 여전히 부정적 요인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기관의 매도 물량까지 쏟아지면서 국내 증시는 일시적인 패닉 상태에 빠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1,850 이하로 떨어지면서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일반적인 '언더슈팅(과매도)' 기준 0.9배를 밑돌게 됐지만 투자심리가 크게 훼손된 상태여서 현 지수대를 바닥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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