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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위례신도시 입주를 앞둔 A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강아파트 전용 59㎡를 매물로 내놓았다. 그는 "지난해 중반만 해도 매매가격이 많이 올라 기대감이 컸지만 지금은 집을 보러 오는 사람도 없어 걱정이 크다"며 "매물을 내놓은지 한 달 정도 지났지만 집을 보러 온 매수자는 단 한 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대구 북구에서 소형 아파트를 지난해 말 팔려고 내놓은 박모(31)씨도 집을 보러 오는 수요자가 없어 걱정이 태산이다. 아파트를 내놓은 공인중개업소에서는 요즘 자기들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도 팔기 힘들다며 차라리 전월세로 돌리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할 정도다.
최근 주택 시장에서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지난 18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이 4주 연속 '0%'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21일 밝혔다. 대구 아파트 값은 0.07% 하락했다. 다음달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한 가계부채 종합 대책 시행을 앞두고 부동산 시장이 정중동 상태를 보이며 갈림길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관망세 확산에 주택거래 눈에 띄게 감소=관망세 확산은 다른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서울 지역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총 3,756건으로 하루 평균 187.8건이 거래됐다. 이는 전달인 지난해 12월 일평균 거래량(265.5건)보다 29.2% 감소하고 지난해 같은 달(220.1건)에 비해서는 14.7% 줄어든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일평균 거래량은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째 내리막을 타고 있다.
거래가 위축되면서 중개업소들도 개점휴업 상태다. 서울 공릉동 A공인 대표는 "주택 매매 시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안 좋아지기 시작해 12월에 한 건만 거래했고 이달에는 거래가 아직 없다"면서 "시장이 완전히 멈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말까지 나오는대로 나가던 전세 매물도 지금은 쌓였다가 거래가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방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대구 수성구 B공인 관계자도 "지난해 가을부터 거래가 침체되는 징조를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수성구만 해도 매물은 넘쳐나는데 사려는 사람은 별로 없어 초 급매물 위주로만 간간이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요 지역 매도호가도 하락세로 돌아서=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호가도 하락하고 있다. 급매물이 나오면서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아파트 전용 59㎡의 경우 지난해 12월 8억1,000만원에서 이달 7억5,000만~7억6,000만원으로 한 달 새 6,000만원가량 빠졌다. 지난해 12월 10억9,000만원에 거래된 잠실엘스 84㎡도 이달 9억7,000만~9억 8,000만원으로 1억원 넘게 호가가 하락했다.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58㎡)의 경우 지난해 12월 이후 가격이 2,000만원 정도 떨어진 상태다.
둔촌동 A 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집을 구매하려던 수요자들이 구매 시기를 뒤로 미루고 있다"며 "봄 이사철까지는 지금의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재건축 사업이 잇따라 진행되며 인기가 높은 강남구 개포동도 최근 매도 호가가 수천 만원 떨어졌다. 개포동 정애남공인의 정애남 대표는 "지난해 대출 규제가 발표되고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한 달 동안 가격이 6,000만~7,000만원 정도 떨어졌다"며 "이후 보합세를 보이다가 이제 급매물이 거래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고병기·조권형·정순구기자 staytomorro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