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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10배 확대 입체영상 가능… 치료 효과 높고 부작용은 적어
전립선암 70%·직장암 10% 등 국내 로봇수술 10년새 520배↑
비싼 가격·보험 비적용 걸림돌… 국산 '레보아이' 조만간 상용화
지난해 간암 초기 진단을 받은 최모(35·여)씨는 간 부분절제를 위해 개복수술 대신 로봇수술을 선택했다. 배꼽부위에 단 한 개의 구멍만을 뚫어 수술하는 단일공 복강경 로봇수술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수백만원이 넘는 수술비가 부담이 되기는 했지만 수술흉터가 거의 없다고 해 로봇수술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의료 현장에서 로봇수술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로봇이 일상화되는 4차 산업혁명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가운데 의료 현장에는 이미 수술용 로봇의 등장으로 일대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 국내에 로봇수술이 처음 도입돼 그해 17건의 수술이 이뤄지는 데 그쳤으나 2014년에는 8, 840건으로 폭증했다. 수술용 로봇 보유 대수도 2005년 17대에서 지난해 55대로 늘어났고 로봇수술을 도입한 병원 수는 44곳에 이르고 있다.
이 같은 로봇수술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돼 있다. 수술용 로봇 '다빈치'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미국 로봇수술 장비 제조업체 인튜이티브서지컬에 따르면 2014년 한 해에만 57만건의 다빈치 로봇수술이 전세계에서 이뤄졌다. 로봇수술이 상용화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지난해 6월까지 이뤄진 누적 수술 건수는 약 250만건에 달한다. 특히 미국 내 전립선암 환자에게 이뤄지는 근치적 전립선 절제술 5건 중 4건이 로봇수술로 실시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이 2014년에 발표한 '2018년 의료로봇시장 전망 보고서' 에 따르면 2013년 17억달러에 그쳤던 세계 의료로봇시장은 연간 16%대의 성장을 기록하며 오는 2018년 37억달러(약 4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성장세에 맞춰 기업들도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3월 글로벌 헬스케어 업체 존슨앤존슨은 인터넷 업체 구글과 손잡고 수술용 로봇 분야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존슨앤존슨의 의료 부문 자회사 에티콘(Ethicon)과 함께 키홀수술을 위한 '로봇지원 수술 플랫폼' 을 개발하고 있다. 키홀수술은 환자의 몸 중 아주 작은 부위만 절개한 후 레이저 광선을 이용해 치료하기 때문에 수술부위가 작을 뿐만 아니라 환자의 회복속도도 빠르다.
이런 이유로 로봇수술의 적용범위가 날로 넓어지고 있다. 최영득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로봇수술을 가장 먼저 시작한 미국의 경우 전립선암 수술의 90%, 부인과 암 수술의 70% 정도가 로봇수술로 진행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갑상선암·위암·대장암·전립선암·난소암·자궁경부암 등 주요 암 수술은 물론 각종 심장질환·척추신경종 등의 다양한 질환치료에도 로봇이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로봇수술이 높은 비용에도 급증하고 있는 것은 우수한 치료 효과와 적은 부작용, 회복시간 및 입원기간 단축 등 이점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배를 절개하지 않고 몸에 구멍을 뚫은 뒤 복강경 기구를 넣어 직접 조작하는 기존 복강경 수술에 비해 로봇수술은 보다 정교하게 확대된 3D의 시야를 제공하기 때문에 시술자인 의사가 혈관, 암 조직 등을 훨씬 섬세하고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집도의에게 최대 10배 확대된 입체영상을 제공하고 손떨림도 자동으로 보정해줘 수술의 정확도를 높여준다.
김선한 고려대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국내에서도 이미 전립선암 수술의 70% , 직장암의 약 10% 이상이 로봇수술로 이뤄지고 있다"며" 대장· 직장암의 경우 수술의 정확도가 높고 문합부 누출(장을 절제하고 이은 부위로 내용물이 새는 것) 등의 부작용도 훨씬 적어 환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에 이뤄진 로봇수술 건수 총 8,840건 중 35%인 3,093건이 전립선암 수술이었으며 그 다음으로는 갑상선암 2,689건(30%), 직장암 752건(8.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로봇수술은 본체에 장착된 4개의 로봇팔이 177도의 각도로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수술한다. 기존 개복수술이나 일반 복강경 수술로는 절제하기 힘든 부위에 있는 까다로운 암 조직 등을 손쉽게 제거할 수 있다.
최근 40대 남성 환자의 직장암과 폐암을 동시에 로봇수술로 치료한 정진용 인천성모병원 로봇수술센터장은 "로봇수술은 작은 절개로 입원기간이나 회복기간을 줄일 수 있고 수술 후 통증이나 출혈이 적은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직장암 발생부위가 항문과 가까워 난관이 예상됐지만 로봇수술로 인공항문을 만들지 않고 기존 항문을 100% 보존할 수 있었다.
로봇수술이 더 활성화되기 위해 해결돼야 할 걸림돌은 비싼 가격과 보험적용 문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 본인이 100% 부담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정부 주도로 '로봇수술 급여화를 위한 공개토론회'가 열렸지만 보험적용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로봇수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여부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 뒤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다만 앞으로 수술용 로봇 개발 경쟁이 가열되면서 다양한 로봇이 공급될 경우 제품가격 하락과 함께 로봇수술 비용도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관련 로봇이 국산화될 경우 가격하락 폭은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미래컴퍼니가 개발하고 있는 '레보아이(Revo-i)'는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수술용 로봇인 다빈치와 유사한 제품으로 환자의 몸에 최소한의 절개를 한 후 수술용 카메라와 로봇팔을 삽입해 3차원 영상을 보며 의사가 원격수술을 하는 시스템이다. 최근 동물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계획 승인 신청을 한 상태다.
김 교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성공하면 이른 시일 내에 국산 수술용 로봇의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갈수록 로봇수술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다양한 수술용 로봇이 출시되면 수술비가 저렴해지고 치료 효과도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대웅 의학전문기자 sd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