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행하는 기업 정보 공유 사이트들을 돌아다녀 보면 왜 수많은 사람들이 좋지 못한 모습으로 회사를 그만두는지 좀 더 상세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사이트는 대개 20~30대 초급 사원들을 주 이용자로 삼는다. 젊은이들 시각에서 회사의 문화와 보수체계, 장래성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자유자재로 나누는 편이다. 동료 이용자들끼리 익명으로 대화하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돈 이외의 원인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군대 문화, 업무 성과에 그다지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내 정치 분위기, 차별대우 같은 것들이 젊은이들의 이탈을 정당화해주고 있다. 내가 본 기업 정보 공유 사이트에서는 이직자들에게도 나름의 ‘이탈 철학’이 있다는 점을 알려줬다. 우선 다니던 회사에서 꽤 쓸만한 인맥은 끝까지 관리한다. 나중의 평판 조회 과정을 통과하기 위해서라도 중요한 일이다. 이직할 결심이 확실해지면 인사팀과 상사의 회유를 극복해 내기 위한 ‘강철심장’을 훈련시킨다. ‘다른 부서로 발령 내 준다’, ‘더 좋은 보수 조건을 약속하겠다’며 감언이설을 쏟아낼 때 ‘No’라고 할 수 있는 결기를 다진다. 이 두 가지가 부족하면 이탈 철학이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냥 평범하게 ‘돈 많이 주는 직장’을 좇아가는 생활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개인의 선택을 두고 제 3자가 ‘철학이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는 게 무슨 소용이며, 무슨 상관이냐고 얘기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떠나겠다는 사람을 바라보는 내부의 시선 또한 좋을 리 없다. 제 3자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면 모든 게 쉬워 보이기 마련이니까. ‘평생 직장이 어디 있냐’고 이야기하면서도 당장 이직하겠다는 동료를 보면 혀를 차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떻게 저렇게 쉽게 다른 데로 떠나 버릴 수가 있느냐, 인내심이 부족하다, 젊은 사람은 그래서 안 된다’는 편향적인 결론으로 치닫고 만다. 그러나 소속을 바꾸고 새로운 선택을 하기까지, 그러니까 이탈을 결심하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일 리는 없지 않은가. ‘이탈 철학’은 이래저래 직장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쿨하게 회사를 떠나기 위해 구축된 가치이자 방법론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 탓하려면 떠나는 사람보다 떠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한 건 아닌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이탈자의 등장은 경고다.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경고.
/김나영기자 iluvny23@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