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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들에 핀테크 홍보대사인 배우 임시완씨가 출연한 영화 '오빠 생각'의 예매권을 사도록 종용했다는 의혹을 사는 가운데 정부부처가 연예인을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새삼 논란이 되고 있다. 대중에게 알려진 연예인을 통해 정책을 쉽게 홍보하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예기치 못한 연예인의 비행·일탈로 정부 이미지가 실추되거나 모델료를 두고 구설에 오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연예인을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것은 딱딱한 정부부처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다. 연예인을 앞세우면 국민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고 정책 홍보도 수월해진다. 그러나 되레 홍보대사 때문에 이미지가 실추되거나 비웃음을 샀던 사례도 있다. 국세청은 지난 2009년 배우 송혜교씨에게 성실 납세자 상을 수여하면서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그러나 이후 3년간 세무조사가 면제되는 동안 송씨가 25억여원에 달하는 세금을 탈루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머쓱해졌다. 병역 회피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했던 가수 유승준씨는 해병대 홍보대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고 경기경찰청 홍보대사였던 개그맨 이수근씨, 포천시 홍보대사였던 김용만씨는 불법 도박 혐의로 해촉되기도 했다.
반대로 정부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다가 되레 대중의 질타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선 임시완씨가 대표적이다. 임씨는 지난해 노동부의 홍보대사로 위촉돼 정부의 노동개혁 알리기에 앞장섰다. 당시 노동부는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자고 주장했는데 '비정규직 양산법'이라는 대중의 비판이 거셌다. 임씨가 연기했던 드라마 '미생'의 비정규직 사원 '장그래'에게 불리한 법인 셈이다. 결국 임씨가 "신중하지 못했다. 죄송하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웃지 못할 장면도 연출됐다.
억 소리 나는 연예인의 몸값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정부 홍보대사는 무보수·명예직이다. 연예인 입장에서는 돈 대신 공익적 이미지를 얻는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정부부처의 한 관계자는 "홍보대사를 위촉하려고 타진했던 소속사 중에서는 오히려 몸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고사하는 곳도 있다"며 "부처 입장에서는 홍보대사에게 기껏해야 거마비 정도의 경비를 지급하는 정도라 항상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특정 부처의 홍보대사를 하고 나면 이후 암암리에 부처가 관할하는 민간 기업의 홍보모델로 발탁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대로 정부 홍보대사임에도 거액의 보수를 지급 받는 사례도 있다. 금융감독원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배우 이상윤씨는 지난 2013년 복권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기획재정부로부터 1억5,000만원의 모델료를 받았다. 기재부는 2012년 가수 김장훈씨를 복권홍보대사로 위촉하면서 4억원에 달하는 모델료를 지급해 국회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조민규기자 cmk25@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