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초자치단체들이 정부나 민간이 추진중인 에너지관련 대형사업에 대해 일단 '막고 보자'는 식의 행정으로 일관해오다가 잇따라 소송에 휘말리고 있다. 지자체들이 법이나 규정 보다는 주민들의 눈치만 보며 '사업 불가'만 남발해 소송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인천시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의 '인천 송도기지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증설' 문제가 결국 법정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공사는 최근 주민설명회가 다섯 차례나 무산되자 착공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과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을 모두 검토 중이다. 가스공사 인천기지본부는 이번 주에 이재호 연수구청장과 최종 면담을 신청하고 결과에 따라 소송 준비를 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가스공사는 인천기지본부에 20만㎘ 규모의 LNG 저장탱크 3기를 증설하기 위해 필요한 변전실 등 4개 시설에 대한 건축 허가서와 2개 공작물 축조 신고서를 구에 수차례 제출했다. 하지만 연수구는 매번 "주민의견 수렴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고서를 반려했다. 공사측은 "정부가 에너지 수급계획에 따라 결정한 사안에 대해 구가 정확한 반대 기준은 내놓지 못하면서 절차를 막아선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성남시는 에너지 공기업을 대상으로 건축 허가권한 등만을 앞세웠다가 망신살을 샀다.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는 최근 한국남동발전이 성남시를 상대로 제기한 '건축허가신청 반려처분 취소'를 인정했다. 건축허가와 관련, 건축법과 국토계획법 등 관계 법규 어디에도 건축허가 반려처분사유로 '주민들과의 합의'가 규정돼 있지 않은 점이 인정된 것이다. 남동발전은 지난해 7월 분당발전소에 연료전지를 설치할 수 있는 3층 규모의 철골구조물 증축에 대한 건축허가를 성남시에 신청했다. 그러나 성남시는 '남동발전이 사전 주민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건축허가 신청을 반려했다.

울산시 북구 동대산에 들어설 풍력발전단지 사업도 법정 소송에 휘말렸다. 민간사업자인 동대산풍력발전은 이달 초 울산지방법원에 '북구청의 동대산풍력발전 불허가 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2일 동대산풍력발전의 개발행위허가 신청에 대해 북구가 '불가'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동대산풍력발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이 어떤 법이나 규정에 저촉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며 "지자체가 규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반대에 떠밀려 판단한 것이라는 점에서 법에 호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동대산 풍력발전단지 사업은 1만1,757㎡에 3.2㎿의 풍력발전기 6기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현재 토지 임대와 설계까지 마무리된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말 사업 소식이 전해지자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반대 민원을 제기하고, 울산시에 반대 서명서를 제출한 상태다.

/인천=장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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