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리과정 예산편성 땜질처방 아닌 법제화 시급하다

시도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들이 누리과정 예산을 긴급 편성하면서 임시로나마 보육대란을 피하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유치원 교원 인건비와 지원사업비를 선지급하는 방식으로 급한 불을 껐다고 한다. 이번에 조기 집행된 인건비는 누리과정 예산과 별도로 편성됐다. 국공립유치원에 비해 열악한 사립유치원 교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교육청이 지급하던 돈이다.

경기도와 광주·전남지역도 긴급 추경예산 편성 등으로 간신히 임금체불 위기를 넘겼다고 한다. 눈앞에 닥쳤던 보육현장의 혼란을 막았다는 점에서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처방은 근본적 해법과는 거리가 먼 땜질에 불과하다. 서울과 경기도 등에서 편성된 예산은 기껏해야 2개월치밖에 안 된다. 이후에는 아무 대책이 없는 그야말로 응급처치 수준인 셈이다. 정부나 교육청에서조차 임시방편이라고 인정할 정도다. 이러니 학부모들의 불안이 해소될 리 없다. 확실한 해법이 나오지 않는 상태여서 얼마 지나지 않아 혼란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누리과정 예산은 교육청의 법정 예산편성 사업임에도 이처럼 파행이 계속된다면 다른 방도를 찾는 수밖에 없다. 일부 지자체처럼 도에서 직접 편성하고 교육청에 보낼 법정전출금에서 상계 처리하는 방법도 시행할 만하다. 이 역시 임시방편에 그치는 것이라면 국회라도 나서 매듭을 풀어야 하지 않겠는가. 마침 25일 새누리당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이번주 내에 발의할 계획이라는 소식이다. 전년도 예산에 준해 정부가 누리예산을 먼저 집행하고 추후 교육청과 정산하는 방식이 개정안에 담길 모양이다. 중앙정부가 용도를 지정해 누리과정과 같은 특정 용도에 교부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교육청 등도 핑퐁게임을 그만두고 국회의 입법과정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할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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