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하고 예쁘고 똑똑하기까지 한 ‘므네상스’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가장 이상적인 남성상은 ‘강한 남자’였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리오 브로디 교수는 자신의 저서 ‘기사도에서 테러리즘까지’에서 “고대의 남성들은 전쟁의 시련을 딛고 일어나야만 진정한 ‘전사’가 되고 여성과 야만에 대비된, 질서와 문명의 존재인 남성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믿었다”고 주장했다. 전쟁이 필수적이었던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시대의 남성상이 강한 남자일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 후 시간이 흘러 전쟁에서의 용맹함이 중요성이 감퇴하면서 ‘강한 남자’는 점차 소외되기 시작한다. 여기에다 여성의 인권이 나아지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기득권을 뺏길 위협을 느낀 남성들은 몸이라는 신체자본을 꾸미기로 마음 먹는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그루밍족(외모를 경쟁력으로 생각하며 자신의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남성)이다. 그루밍족은 미용과 화장품에 여성들 못지않은 비용을 들여가며 꽃미남이라는 새로운 남성상을 만들어냈다. 소위 ‘메트로섹슈얼’이란 용어로 대표되는 이들은 뷰티 시장에 남성들이 큰손으로 떠오르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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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외모에 대한 투자는 없이 자기 할 일만 하는 레트로섹슈얼에 대한 사람들의 호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 대신 새롭게 등장한 남성상이 ‘므네상스’다. 므네상스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투자를 기본으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소위 ‘강하고 부드러운 남자’를 말한다. 다소 모순적이지만 ‘멀티태스킹’을 기본으로 하는 팔방미인형의 남성상이다. 일반적으로 므네상스는 패션과 뷰티 상품에 대한 소비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 므네상스, 디자인과 사랑에 빠지다
그러나 므네상스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뚜렷한 것은 소비 성향의 변화다. 외모나 패션에 집중돼 있던 소비성향은 독신 가구가 증가하면서 생활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증권사에 재직 중인 이현석(32)씨는 “예전에는 음향의 질을 따졌는데, 요즘은 디자인 요소를 더 신경 쓰게 된다”며 “색감과 디자인을 고려해 가전, 가구를 집에 놓으니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렇게 므네상스의 핵심 세대인 30대 남성들의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생활 전반에 스며들면서 관련 산업도 커졌다. 모든 생활용품 분야에서 남성 소비자의 매출이 30%를 넘어섰고 지난해 홈 인테리어 부문 소비는 절반(52%)을 넘어섰다. 시선을 생활용품 전반으로 확대하면 므네상스의 ‘바람’은 실로 거대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소비층과 관련된 산업 규모가 지난 2014년에 비해 30%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 남성복 시장이 2019년 400억 원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므네상스만 있나? 우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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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연 기자 이종호기자 phillie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