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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과잉규제를 유연화하는 등 규제 프레임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세계적으로 최장 근로, 최저 생산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문화를 선진국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 지적했다.
2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개최한 '중장기 경제 어젠다 추진 전략회의'에 여야정 및 산학연 대표들이 만나 규제개혁, 기업문화 개선, 서비스 산업 선진화 등 경제혁신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중장기 경제성장을 위해 규제의 근본 틀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윤 한양대 교수는 "포지티브 규제로 인해 기업들의 도전적인 혁신활동이 원천적으로 봉쇄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절대 용인할 수 없는 것만 제외하고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고 획일적인 과잉규제를 유연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자리 창출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서비스업 육성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김현수 국민대 교수는 "해외진출 유망 서비스기업을 중점 발굴하고 대형화·전문화를 유도해 글로벌 진출을 통해 이해집단 간 갈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반기업정서를 없애기 위해 구시대적인 기업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한상의와 맥킨지가 100개 기업 직장인 4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직장인들은 주 5일 중 평균 2.3일을 야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킨지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문화 수준은 세계 하위 25%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원식 매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는 "한국의 경우 근로시간이 가장 길면서도 생산성이 가장 낮은 국가"라며 "근면 성실만 강조하는 장기간 근로 관행을 국가 위상에 맞게 선진 관행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30여년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0년마다 1~3%포인트씩 떨어지고 있고 생산 가능한 인구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최하위"라며 중장기 어젠다 추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6개월마다 중장기 어젠다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이날 의제 외에도 시장적 입법현황 점검, 공무원 행태 개선, 기업 지배구조 개선, 통일, 기후환경 등에 대해 중장기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야 정치지도자와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대한상의 회장단, 교수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