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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글로벌 증시에서는 거의 예외가 없는 법칙이 생겼다.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질 경우 증시도 어김없이 폭락하는 사태가 반복된다는 것.
이 때문에 최근 미국 등 주요국 증시와 유가의 연동성은 최근 25년여 동안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이하 현지시간) 최근 20거래일 동안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북해산브렌트유 가격의 상관관계가 0.97로 지난 1990년 이후 가장 높다고 보도했다. 상관관계는 1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 간 움직임이 유사하며 -1에 가까울수록 반대로 움직이는 정도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0이면 두 변수 간에 별다른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WSJ는 과거를 돌이켜볼 때 유가와 주가의 상관관계는 경기위축기일수록 높았다고 분석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유가와 주가의 상관관계는 0.8에 달했다. 세계 경제가 불황에 빠지면 원유 등 원자재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이는 주가 하락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지난해 성장률 7%가 붕괴된 중국에 대한 경기둔화 우려가 유가와 증시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구나 연초부터 유가가 30달러 아래로 고꾸라지면서 중국 경기둔화 우려로 재정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중동 산유국의 자금이탈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롭 하워스 유에스뱅크웰스매니지먼트 선임 투자연구원은 "세계 경제성장 둔화에 대한 공포가 유가와 주가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와 주가가 상호 역시너지를 내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이는 다시 유가와 주가의 연동성을 높인다는 분석도 있다. 유가 하락이 주가를 떨어뜨리고 주가 하락은 경기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켜 다시 유가를 끌어내린다는 것이다. 스위스 투자회사 프라임파트너스의 프랑수아즈 사바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를 "투자심리의 악순환"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현상은 25일 미국과 26일 아시아증시에서 그대로 반복됐다. 25일 국제유가가 공급과잉 우려로 5~6% 폭락하자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는 1.5% 이상 빠졌다. 뉴욕에 이어 열린 아시아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중국증시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4,400억위안(약 79조9,700억원)의 단기 유동성을 풀었다는 소식에도 장중 한때 5% 넘는 폭락장을 연출했다. 당국의 '돈 풀기'도 유가 하락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한 셈이다. WSJ는 지난주 국제유가가 각국 중앙은행의 경기부양 전망과 미국 동부의 폭설로 난방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소폭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폭설이 그치자마자 내림세로 돌아섰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원유 공급과잉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기기구(IEA) 사무총장은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석유 재고는 넘치는데 수요는 적어 올해도 유가 하락 압력은 지속될 것"이라며 "내년 말에야 유가가 오르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