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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이 미국이나 일본처럼 보험 설계사(컨설턴트)들이 오랫동안 현장에서 축적한 고객·계약 리스트와 영업 노하우 등을 동료나 후배 설계사에게 체계적으로 물려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보험계약 승계 프로그램'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다. 설계사의 고령화나 퇴직 등으로 고객 및 계약 관리가 부실해지는 것을 예방하고 GA(대리점) 소속 설계사들의 영업력이 계속 커지는 가운데 전속 설계사들의 전문성 및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26일 삼성생명에 따르면 '보험계약 승계 프로그램'은 현직 설계사가 보유 고객이나 계약을 다른 설계사에게 맡기는 제도로 오는 3월부터 도입된다. 설계사의 활동 기간이 길어지면서 보유 고객이 관리 능력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늘어나거나 고령으로 고객 관리 역량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고객 관리 부실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다.
또 최근 들어 보험 업계에서 보험 영업을 가업처럼 물려주는 모녀 설계사, 자매 설계사들이 늘고 있어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삼성생명만 해도 가족 설계사가 1,000명 가까이 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현직 설계사가 '후계자'를 지정해 자신의 고객을 넘기게 되면 담당 설계사 없이 방치되는 소위 '고아계약'을 줄일 수 있고 신계약도 창출할 수 있다"며 "더불어 설계사 간 멘토-멘티 관계가 성립되면서 영업 노하우도 자연스럽게 전수되는 등 1석2조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은 계약 승계시 인수-인계 설계사가 함께 고객을 찾아가 고객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고 후배 설계사가 승계 받은 고객으로부터 새 계약을 체결하면 일정 수수료를 선배 설계사에게 지급하게 하는 식으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삼성생명이 도입하는 계약 승계 제도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이미 보편화돼 있다.
미국의 뉴욕라이프는 이미 1990년대부터 계약 승계를 보유 계약 관리와 마케팅의 근간으로 인식하고 설계사 간 계약 승계 제도를 도입했으며 승계 제도 전담팀까지 운영하며 일선 설계사 간 계약 승계를 지원하고 있다. 업적이 뛰어난 고능률 설계사들의 경우 보유 고객이 사업 자산이라는 판단하에 자녀를 설계사로 키워 물려주기도 한다.
미국보다는 늦지만 일본 보험 시장에서도 계약 승계가 활발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 소니생명의 경우 보험설계사들의 고령화로 보유 고객 및 계약 관리 공백이 점점 커지자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2012년 2월 '계약 승계 제도'를 도입했다. 설계사들의 영업 활동 기간이 길어지면서 보유 고객과의 계약은 늘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관리 역량은 오히려 떨어지는 설계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는 설계사에 대한 신뢰도와 만족도가 높아지고 회사 입장에서는 현장 설계사 간 협업이 활성화되면서 영업 노하우가 자연스럽게 전수되고 후배 설계사들의 전문성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