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인 살리자] 미국-맞춤형 지원… 제조업 공동화 차단, 독일-자금 혜택보다 인프라 구축에 역점

■ 해외서는

지난해 말에 찾은 미국 뉴욕 맨해튼 35번가 봉제업체 밀집지역 '가먼트 디스트릭트'. 254번지에 자리 잡은 한 건물의 17층에 들어서니 아시아계와 히스패닉계 등으로 구성된 조니스패브릭 직원 20여명이 재단한 원단을 갖고 부지런히 재봉틀을 돌리고 있었다. 조니스패브릭은 한인 기업인 김영호씨가 지난 1988년에 설립한 봉제업체로 뉴욕에 본사를 둔 유명 메이커의 주문에 맞춰 옷을 디자인한다. 김 대표는 "뉴욕시 정부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봉제산업이 무너지지 않도록 다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직원을 20명 이상 둔 기업이 설비투자를 신청하면 시 정부가 절반을 융자 형태로 보조하는 등 다양한 지원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산업이 발달한 미국은 소규모 제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업종별 특화된 맞춤형 지원책을 제공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봉제업종에 대한 지원이다. 뉴욕시 정부는 가먼트 디스트릭트에 입주한 봉제업체들이 비싼 임대료로 경쟁력을 상실할 것을 우려해 건물 소유주를 대상으로 봉제 제조업 공간과 오피스 등 상업용 공간을 1대1로 유지하도록 하는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부동산 소유주가 봉제 용도의 공간을 사무공간이나 상업시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면적의 봉제 공간을 지역 내 다른 곳에 제공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16개 주(州)정부에서 시행하는 직접적인 자금지원은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베티나 클라모트 바덴뷔르템베르크주 경제진흥청 지역마케팅 부수석은 "직접 지원 대신 소규모 기업이 대기업 수준의 수출환경, 지적재산 보호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역점을 둔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독일 헤센 주정부와 독일의 상공회의소, 헤센수공업협회가 주관한 '2015년 헤센 수출의 탑' 영예의 대상을 직원이 10여명에 불과한 목관악기 제조업체 쿠나트가 차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목관악기를 제조하는 쿠나트는 2006년 13명의 직원으로 시작해 2011년부터 해외 수출을 했으며 현재 대만·미국·중국 등 전 세계 1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오펜바흐시 상공회의소 혁신&환경 부문 컨설턴트인 마리아나 슈미트씨는 "저작권법이 아주 철저하게 보호되는데다 소규모 업체가 제조에만 집중해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소기업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상공회의소는 우리나라 상공회의소와 달리 상거래를 하거나 제조업을 하는 모든 기업이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회비를 내야 한다. 이들은 지역 회원의 이익을 대표해 정치적인 활동을 하고 기업 육성을 위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소기업이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회계·세무 등 기본적인 경영 요소와 시장 정보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실시하고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정보 제공과 박람회 참가 등을 지원한다.

/뉴욕=한동훈기자 hooni@sed.co.kr

오펜바흐·슈투트가르트=강광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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