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에서 유치원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편성하는 안이 부결돼 서울의 보육대란이 이어지게 됐다.

26일 오전 서울시의회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긴급 의원총회를 갖고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두 달 치를 편성하는 안건을 논의했지만 의원들 간 입장 차로 부결됐다.


전날 경기도의회 다수당인 더민주에서 의총을 열고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포함한 수정예산안을 임시회에 제출하기로 결의하면서 서울시의회 더민주 의원총회에서도 전향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됐었다. 하지만 이날 서울시의회 더민주 의총에서는 정부가 전혀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물러서는 것은 잘못된 사실을 용인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면서 결국 예산 편성안이 부결됐다. 이들 시의원들은 이 문제를 다음달 2일 다시 논의하기로 해 이달에는 교직원 인건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유치원들이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회와 교육청의 협의 결과를 기대하며 이날 예정된 집회를 취소했던 서울 사립유치원들은 예산안 편성이 부결된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명희 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장은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더민주 의원들이 이렇게까지 결정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이후의 사태는 이제 더민주 의원들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치원총연합회는 27일 서울시의회 의장단과 만나 추가적인 예산 편성을 강력 촉구할 계획이다. 서울의 한 유치원 원장은 "시의회가 예산 편성을 하면 이달 말까지 월급을 주겠다고 교사에게 약속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난감해 했다.

학부모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의 한 학부모는 "월급 체불 상태에서 교직원들이 제대로 근무를 할지 걱정이 된다"며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도 되는지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예산 편성이 불발됨에 따라 임시방편으로 마련했던 두 달 치의 교사 처우 개선비(1인당 102만원)를 예정대로 27일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담임교사에만 지급될 뿐이어서 부담임·보조 교사, 차량 기사, 조리사·영양사 등의 월급은 체불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혜진기자 made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