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고민은 한결같다. 회사에서도 아이들 걱정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밀린 집안일은 퇴근길 워킹맘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든다. 그렇다고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다. 아이를 가진 직장여성의 숙명이라고 받아들여야 하지만, 이 역시 버거운 현실이다. ‘돌보밍’은 이러한 워킹맘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모바일 가사·육아도우미 연결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다. 3040 워킹맘들의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주는 사이다 같은 돌보밍 서비스로 급성장을 하고 있는 이승준 버틀러스 대표를 만나 비즈니스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사실 기자는 이승준 대표와 예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지난해 초 우연히 사석에서 만난 이 대표는 자신을 예비 창업가라고 소개하며 구상 중인 새로운 사업을 설명해주었다. 워킹맘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가사·육아 도우미 연결 서비스라는 것이다.
그 후 시간이 흘러 약 10개월 만에 이 대표를 다시 만났다. 밝은 미소로 기자와 만난 이 대표는 자리에 앉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지난 10개월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꽤 긍정적인 변화를 겪었죠. 무엇이 바뀌었는지 말씀드릴까요.”
우선 회사가 생겼다. 사명은 ‘버틀러스(Butlers)’다. 대저택의 집사 혹은 하인을 뜻하는 영어단어 ‘버틀러’에서 착안한 이름이다. 최근 해외 유명 관광지에 있는 고급 호텔에는 객실별로 맞춤형 접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버틀러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기에 집사, 하인보다는 관리 전문서비스 직원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또 하나의 변화는 바로 당시 이 대표가 언급했던 가사·육아 도우미 연결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였다는 점이다. 서비스 이름은 ‘돌보밍(Dolboming)’인데, ‘돌봄’이라는 단어에 영어의 진행형 접미사 ‘~ing’를 붙여 탄생한 결과물이다.
“돌보밍은 3040 워킹맘들을 대상으로 믿을 수 있는 육아 및 가사도우미를 쉽고 간편하게 구인해드리는 모바일 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희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발 주자들이 많죠. 사업 아이템을 생각해내고, 이를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저희가 가장 고민한 부분이 바로 차별점이었습니다. 정말 이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업체가 되느냐, 아니면 그저 그런 소개소에 그치느냐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바로 차별점이기 때문이었죠.”
이 대표는 사업 아이템을 정교하게 가다듬으며 약 6개월간 유료 가사·육아도우미 중개소를 운영했다. 과연 이 시장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직접 몸으로 체험하며 느끼겠다는 의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고객들에게 ‘도우미’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고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전달하는 것임을 깨닫게 됐다. 고객 신뢰 확보를 위해 돌보밍에서 직접 도우미를 모집해 관리하자는 의견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러한 의견에 제동을 걸었다. 이 분야에서 수년간의 노하우를 축적한 대다수 소개소의 역량을 돌보밍이 따라가기란 절대 쉽지 않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결론은 우수 소개소와의 파트너십이었다. 이 대표는 말한다. “저희가 지난 6개월간 직접 도우미 채용, 교육, 알선이라는 프로세스를 경험하면서 느낀 또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도우미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과 고객 대응력은 소개소에서 운영하는 도우미 관리 체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겁니다. 즉, 소개소 실장 혹은 소장들이 도우미들을 친언니처럼 성심껏 대우해주는 것이 곧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품질과 직결된다는 점이죠. 이렇게 관리 능력을 잘 갖춘 소개소는 어떤 도우미 를 어떤 가정집에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노하우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만, 우수한 소개소라 하더라도 대중적인 마케팅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지역적으로 국한된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직접 소개소를 운영하는 것보다 저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하고자 결심했습니다. 소개소에서는 돌보밍 서비스를 일종의 마케팅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저희는 우수한 도우미들을 실제 고객과 연결해드리는 거죠.”
사업 방향을 잡은 이 대표는 우선 정부가 인증한 고용서비스 우수 인증 소개소를 중심으로 파트너십 체결에 집중했다. 반응은 생각보다 좋았다. 이 대표의 생각처럼 마케팅 창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이들 업체는 돌보밍 서비스에 매력을 느꼈다. 이후 버틀러스는 서울에 거점을 둔 6개 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들 모두 고용서비스 우수 인증 기관이거나 이에 상응하는 프로세스를 보유한 업체들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인증한 소개소의 특징은 무엇일까? 이 대표는 말한다. “전국에 난립해 있는 수많은 소개소와 우수 인증 기관의 차이점은 바로 신원보증의 유무입니다. 쉽게 말해 정부가 인정한 도우미들로 인력풀을 채웠다는 점이죠. 이분들은 모두 신원이 확실하고, 육아·가사 분야와 연관된 경험이 풍부합니다.
대다수 도우미들이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 교사 출신이기 때문이죠. 또 하나의 차별점은 도우미 업무와 관련된 교육을 꾸준히 진행한다는 점입니다. 분명히 능력이 있는 도우미들이지만 실제 고객의 가정에서 일을 하다보면 부모들과 부딪치는 부분이 많거든요. 이러한 갈등을 최소화시키는 것 역시 소개소의 역량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도우미가 고객 집에 배치된 후 불과 며칠도 안지나 월급 인상을 요구하거나, 계약 기간을 채우지 않고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소개소의 관리능력 부재라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는 저희가 직접 도우미들에 대한 검증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강화해 가정집에서 일하실 수 있는 분들을 선별하는 장치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계획”이라며 “이러한 핵심적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개발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돌보밍은 어떤 방식으로 고객에게 도우미를 공급하는 것일까? 이승준 대표는 말한다. “매우 간단해요. 그저 돌보밍 앱을 설치하고 간단한 정보, 즉 거주정보, 사용주기 정보, 선호 도우미 정보를 입력해 요청하면 됩니다. 고객의 요청을 받은 파트너사들은 고객이 제공한 정보를 기반으로 그에 부합하는 도우미들을 추천해줍니다. 후보군 중 고객이 선정한 도우미에 대해서는 그 즉시 면접이 진행되고, 앱을 통해 채용 여부를 등록하면 모든 절차가 완료됩니다.”
현재 돌보밍 서비스는 이러한 간편성을 기반으로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 11월 오픈베타 서비스로 선보인 돌보밍은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진성 이용자’가 꾸준히 증가하며 초기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아직 서울 지역에 국한해 서비스를 진행하는 만큼 단시간에 쇼핑앱, SNS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아직 마케팅에 대한 지출을 전혀 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입소문만으로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한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인 요소”라고 평가했다.
돌보밍은 서비스 출시 한 달여 만에 가사·육아도우미 연결 서비스 시장에서 조용한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돌보밍은 도우미 연결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만을 탑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서비스를 좀 더 업그레이드해 2016년 상반기에는 ▲추천 도우미 ▲도우미 요청 건에 대한 가격정보 ▲도우미 리뷰 기능까지 담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돌보밍 서비스만으로 도우미 채용의 A부터 Z까지 전부를 책임지겠다는 각오다.
이 대표는 “예를 들어 도우미의 평균 근속 개월 수, 지금껏 돌봐온 아이의 평균 연령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면 고객들은 좀 더 쉽게 신뢰할 수 있는 도우미를 채용할 수 있게 된다”며 “데이터가 곧 신뢰의 기반이라는 경영 원칙을 돌보밍에 오롯이 담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승준 대표는 돌보밍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그저 기술적 업그레이드만이 능사일까? 이 대표는 한층 더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희는 본질에 집중하려 합니다. 제가 이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도우미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많은 가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제가 집중해야 할 본질 역시 정말 우리 아이, 우리 집을 성심 성의껏 돌봐줄 수 있는 도우미들을 잘 찾아내고 교육해서 고객들의 신뢰를 쌓아나가야 하는 겁니다.”
그가 말하는 본질은 ‘신뢰’라는 한 단어로 약된다. 하지만 신뢰를 쌓기 위한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다. 소개소를 관리하고, 도우미를 교육해야 하며, 도우미에 대한 정보 검수와 함께 고객들의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 대표는 “솔직히 본질에 집중하려는 저희의 노력이 결실을 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도 “매출 발생과 더불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본질에 집중하려는 노력은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준 대표는 향후 해외 시장 진출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아직은 시기상조이지만 국내에 제공하는 서비스가 일정 궤도에 올라왔다고 판단되면 글로벌 시장의 문도 두드릴 생각이다. 타깃은 ‘중국’ 시장이다.
이 대표는 말한다. “중국에서는 현재 1,500만 명 이상의 도우미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소득 증가와 산아제한 해제가 맞물리며 육아 및 가사도우미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특히 최근 중국 내에서는 O2O(Online to Offline·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서비스) 서비스의 활황과 맞물려 육아도우미를 구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 역시 알음알음 출시되고 있죠.
하지만 중국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자연독점(Natural Monopoly·상품의 특성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겨난 시장 독점) 성격의 서비스는 아직 없습니다. 현재 저희 역시 베이징, 상하이, 선전(深?)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절대 숫자만 놓고 봐도 중국은 언제나 매력적인 시장 아닐까요?”
사업에 관해 설명하는 이승준 대표의 목소리에서 회사 대표가 아닌 한 아이의 부모로서 갖는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도우미를 제공한다는 심정으로 사업에 임한다는 그의 진정성 역시 분명해 보였다. 진정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육아·가사도우미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이승준 대표와 돌보밍의 미래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