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 끌어들여 상장사 인수… 주가 조작 통해 차익 챙긴 '기업 사냥꾼' 줄줄이 기소

공인회계사까지 가담하기도

사채업자 자금을 끌어들여 코스닥 상장업체를 인수합병(M&A)한 후 주가조작을 통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린 일당이 대거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사채업자와 짜고 코스닥 상장회사인 W사를 인수하고 시세조종 등에 나선 혐의로 정모(44)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또 사채업자 김모(42)씨 등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같은 수법으로 또 다른 코스닥 상장회사 P사를 인수한 김모(45)씨 등 4명을 구속 기소하고 공인회계사 박모(42)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지난 2011년 10월 액정표시장치(LCD) 부품 생산업체 W사의 기존 경영진과 247억원에 W사를 인수하기로 계약했다. 계약금 20억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227억원은 사채업자에게서 조달하는 방식이었다. 이들은 '시세조종→주가 상승→담보가치 증가→사채 조달' 등을 위해 주가조작에 착수, 2011년 10월부터 단 3개월 만에 주가를 세 배 이상 올렸다. 이후 주가가 치솟은 주식을 담보로 사채업자 등으로부터 잔금 227억원을 조달했다. 또 2012년 5월~2012년 6월 추가 시세조종으로 85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함께 구속된 김씨 등은 2013년 4월 프린터 부품 생산업체 P사의 기존 경영진과 계약금 5억원을 주고 P사 주식 253만주를 넘겨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이들 주식을 담보로 사채업자로부터 45억원을 빌려 잔금을 내고 담보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2013년 7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시세조종 주문으로 2,510원이었던 주가를 4,275원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정씨 등은 회사 부채를 해결할 목적으로 사채업자가 신주인수권(워런트) 158만주 행사대금 38억원을 회사로 내도록 하는 등 신종 기법도 썼다. 신주인수권이란 미리 정해둔 가격에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로 주가가 오를수록 높은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주가가 곤두박질하자 신주인수권 행사로 주식을 받은 사채업자들은 이를 매도했고 김씨 등은 최대주주 지위를 잃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M&A 자문을 하던 공인회계사 박씨는 용역수수료를 받기 위해 시세조종에 가담했다가 적발됐다. /안현덕기자 alway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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