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그동안 ‘법정관리설’이 나돌던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현정은 회장의 사재출연과 현대증권의 매각 등을 담은 자구계획안을 마련해 채권단에 제출했습니다.
현 회장이 사재를 출연함으로써 총수의 고통분담과 경영정상화 의지를 보이는 동시에 현대증권을 팔지 않고 현대상선을 꼬리 자르기 방식으로 털어내려 한다는 세간의 의심을 불식시키려는 조치로 풀이됩니다. 보도에 정훈규기자입니다.
[기자]
현대그룹이 지난해 실패한 현대증권 매각에 재시동을 걸었습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증권 즉시 공개매각과 대주주 사재출연 등을 포함한 긴급 유동성 자금 마련 등을 내용으로 한 자구계획안을 제출했으며 이번주부터 채권단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자구계획안에는 현대증권의 완전 공개 매각, 대주주 사재출연, 벌크선 매각과 유상증자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특히 현대그룹이 지난해 1차 매각에 실패했던 현대증권에 대해 즉각적으로 공개매각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은 의미가 큽니다. 현대그룹은 당초 일본계 사모펀드인 오릭스에 현대증권을 매각할 방침이었지만, 추후 되사올 수 있는 조건을 다는 등 ‘파킹딜’ 의혹이 불거지면서 결국 매각에 실패한바 있습니다.
매각이 무산되자 현대그룹은 지난해 현대증권 주식을 국내 증권사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에 신탁해 2,500억원을 차입하는 등 매각 의사를 접었다는 의심을 받았습니다. 채권단은 당시 현대그룹이 유동성 조달을 위해 이런 방식의 거래에 나선 것을 두고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살리고, 현대상선을 버리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현대증권 매각 방침이 확실해지면서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을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해졌습니다.
현대그룹 측은 채권단과의 협의 결과에 따라 설 연휴 직후라도 곧바로 매각에 착수해 늦어도 6개월 안에 매각을 매듭짓겠다는 입장입니다. 채권단이 자구안을 수용해 현대증권이 실제 매각에 나올 경우 현재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는 KB금융입니다.
지난해 대우증권 인수 실패 후 KB금융은 비은행계열 강화를 위해 현대증권을 주목해왔습니다. 올초 취임한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도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 강화 방침을 밝힌 상태입니다.
특히 가격 측면에서 현대증권은 대우증권보다 매력적인 매물입니다. 대우증권은 2조원 이상의 인수가격을 써내야 했던 반면, 오릭스와 현대증권이 본계약 체결 당시 매각가는 9,400억원이었습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현대증권의 자본총계는 3조2,198억원으로 업계 4위입니다. 만약 KB지주가 현대증권을 인수해 KB투자증권과 합병하면 삼성증권을 제치고 업계 3위로 뛰어오르게 됩니다. /서울경제TV 정훈규입니다.
[영상편집 김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