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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채권단은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와 비협약채권 부담을 줄일 경우 8,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용선료 인하와 비협약채권을 현대상선에 숙제로 던져준 셈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상선 채권단은 이날 산업은행에서 긴급 채권단회의를 열어 현대상선의 용선료와 비협약채권 채무조정을 전제로 이들이 충족될 경우 금융권 채무에 대한 금리 인하와 출자전환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두 가지 과제를 수행하면 채권단도 '전향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산은·수출입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 채권단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채무 금리 인하와 출자전환이다.
채권단은 출자전환과 관련해 두 조건이 충족될 경우 본격적으로 논의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추정되는 출자전환 규모는 8,000억원 안팎으로 전해진다. 현대상선은 자본금 1조800억원 중 3,000억원이 자본잠식된 일부 자본잠식 상태다. 여기에 지난 2011년부터의 누적적자 등을 감안하면 8,000억원 규모는 필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상선도 선결 과제인 비협약채권과 용선료 인하에 사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비협약채권의 경우 채권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대상선은 '사채권자집회'를 마련해 이를 해결한다는 입장을 자구안에 포함시켰다. 외국계 금융사가 상당수 포함된 선박금융 채권단과도 채무 재조정을 유도해야 한다는 계획이다. 사채권자집회에서는 채무액 조정보다는 만기 연장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의 전체 채무는 4조5,000억원이다. 이 중 비협약채권은 3조원가량으로 전체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한다.
용선료는 현재 연 2조원 규모에서 20~30% 줄인 연 1조5,000억원선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용선료는 지난 2014년 기준으로 현대상선이 지급한 용선료는 2조1,030억원에 달한다.
이외에도 현대상선은 금융 3사를 공개 매각하고 현정은 회장의 사재 출연 등으로 1,000억원의 긴급자금을 마련하는 등 추가 자구안을 발표했다. 현대증권은 매각은 모든 참여자에게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투명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앞선 매각시 훗날 현대증권을 다시 사올 수 있는 '파킹딜' 방식이 문제가 된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 회장의 사재 300억원과 지난달 보유지분 대출·매각으로 마련한 700억원으로 유동성을 보강하며 벌크전용선사업부와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등 추가 자산매각도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그룹 측은 "2013년 12월 3조3,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를 골자로 한 선제적 자구안을 마련해 발표한 후 2년여 만에 목표치 대부분을 이행했지만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해운업황 등으로 인해 기존 자구안만으로는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수 없다고 보고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추가 자구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의 협의를 통해 추진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김보리기자 bori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