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대 이란 원화계좌 국내 주식투자 허용

기재부, 자본거래 특례 검토

이란이 우리나라에 예치한 3조원대 원화 계좌의 주식·채권 투자가 허용된다. 이란 자금은 우리나라와의 무역거래에만 활용할 수 있었다. 정부는 계좌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허용해 이란 자금이 국내에 머물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일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 해제로 무역 규모가 계속 늘어나 이란 중앙은행 명의의 계좌에 더 많은 자금이 쌓일 것으로 관측된다"면서 "이란 입장에서도 수익률을 올릴 방안을 찾는 게 당연한 만큼 해당 계좌의 자본거래를 허용해주는 특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란 계좌의 자본거래를 허용하면 이란 중앙은행은 이 계좌와 연결한 증권 계좌 등을 통해 국내 주식이나 채권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한도나 범위에 대해 별도의 제한도 없다.

이란 중앙은행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원화 계좌에 3조원의 자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 9월 우리 정부가 대이란 제재에 동참하면서 만든 일종의 우회 결제 통로로 그동안 양국 간의 교역 대금을 결제해왔다. 제재 이후 우리 기업이 이란에 수출한 대금보다 수입한 원유의 대금이 훨씬 많아 자금이 불어났지만 이란 측은 수익률이 낮아 불만이었다. 이란 측은 이런 이유로 지난달 국제사회의 대외자산 동결 조치가 해제되자 원화 계좌에 묶여 있던 자금 일부를 인출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바 있다.

정부는 원화 계좌의 투자를 허용하는 것과는 별개로 유로화를 활용하는 대체 결제 시스템 구축에 대해서도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 현재 원화는 달러화와만 직거래가 되기 때문에 이란이 유로화 거래를 하려면 매개 통화로 달러화가 필요하다. '달러화 거래 금지'라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달러화를 매개로 한 제3통화 거래를 위해서는 미국 재무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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