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제]한국경제 뿌리산업, '소공인'이 위험하다

2016년 1월 29일 서울 성수동 수제화 거리의 한 공방. 알싸한 접착제 냄새가 콧속 깊게 파고든다. 작업실에 들어서니 나이 지긋한 장인이 낡고 좁은 책상 앞에서 굽은 허리를 숙여 바느질하는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인다.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자리에 앉을 틈도 없이 주문량을 맞추려 동분서주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이날도 일거리가 없어 재봉틀은 채 한 시간도 돌지 못하고 조용히 숨을 멈추었다. 공기마저 탁한 작업장엔 장인의 한숨만 가득할 뿐이었다.

서울경제 썸이 현장취재에 나서 본 결과 ‘한강의 기적’ 주역 소규모 제조업자(이하 소공인)가 차츰 설 자리를 잃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곳(판교테크노밸리, 상암DMC)에는 투자가 몰리고 있지만 소공인이 밀집한 집적지에는 각종 규제 때문에 신규 투자나 사업체 확장도 불가능하다. 과거의 빛을 잃고 서울의 그림자가 돼 가는 그들의 현실은 거세게 불어오는 겨울바람만큼 차갑기만 하다.

지금까지 소공인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은 ‘땜질’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그 사이 소공인의 현실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 또한 시장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 폐쇄적인 구조 또한 정부 지원 정책의 한계로 꼽을 수 있다. 이처럼 ‘비효율적인 지원 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소공인들의 성장의욕은 저하됐고 한국 경제의 뿌리, 모세혈관 역할을 하고 있는 소규모 제조업의 경색을 가져왔다. 국내 한 사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적으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들은 뿌리 경제가 다른 무엇보다 탄탄하다”며 “정부가 지금의 현실을 바로 잡지 못할 경우, 한국 경제의 순환체계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술강국인 독일의 경우를 보면 소규모 제조업의 중요성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만 있으면 규모와 관계없이 제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는 독일은 소규모 제조업의 안정적인 운영을 바탕으로 산업 전반의 선순환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소공인의 애로 사항을 경청해야 한다. 소공인에 대한 지원대책도 맞춤형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막혀 있는 ‘경제 혈관’을 뚫린다. 뿌리부터 썩은 나무는 넓은 그늘을 만들어 낼 수 없듯, 위기에 빠진 소공인을 살릴 수 있어야 산업 선순환 체계가 회복은 물론 진정한 창조경제의 달성이 가능하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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