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형펀드의 순유입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박스권을 지속했던 지난 수년간 주식형펀드의 자금패턴은 코스피지수 1,900선 안팎에서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해 지수 2,000을 넘어서면 환매가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수가 1.900선을 넘자마자 들어오는 자금은 크게 줄어드는 반면 환매는 증가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투자자들이 지수상단을 낮게 잡고 조금만 이익을 올리면 시장을 이탈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순유입 규모(상장지수펀드(ETF) 제외)는 지난달 26일 494억원, 27일 321억원, 28일 206억원으로 조금씩 줄어들다가 29일 85억원, 이달 1일에는 13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 1일 코스피지수는 1,924.82로 이는 올해 연저점이었던 지난달 21일의 1,840.53에 비해 약 4.58% 상승하는 데 그친 상태였다. 지난달 5일부터 이어진 순유입 행진은 20거래일째(1일 기준) 이어졌지만 추세가 꺾였다는 게 운용사들의 분석이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펀드 투자자들이 환매하는 박스권 상단이 지난해 2,050선에서 2,000선으로 내려갔고 다시 지금은 1,950선 이하로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상승 동력이 안 보인다는 판단에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서면 나타날 차익매물마저 이른 시점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5.93포인트(0.84%) 하락한 1,890.67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미국 뉴욕증시가 큰 폭으로 떨어진데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이날 3.15%나 폭락하는 등 글로벌 시장이 불안하고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조짐 등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되면서 국내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증시 상황이 좋지 않아서 투자자들이 박스권을 좁게 설정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이 불확실하다 보니 좁힌 박스권 속에서도 주가가 어느 정도 올라가니 환매해야 할지 망설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이 같은 코스피지수의 부진이 펀드 투자자들에게는 저점에서 매수할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현재의 코스피지수의 밸류에이션은 저평가가 충분히 이뤄졌으며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로 배당수익률도 증가하고 있어 주가의 하방 경직성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최광욱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달 코스피지수의 하락 폭은 주요 글로벌 증시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적다는 뜻"이라며 "현재의 주가 수준으로도 충분히 저가매수 관점에서 주식형펀드에 들어올 만하다"고 평가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