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에는 먹으로 표현한 사군자나 근하신년이 적힌 한문 카드가 인기였다. 대량 생산으로 기성 카드를 제작하고 흑백인쇄의 내지가 카드에 붙어있는 형태였다. 하지만 지인들에게 연하장을 돌리는 일은 어지간한 일이 아니었다. 일일이 봉투에 우표를 붙이고 우체국으로 가 주소를 써 전달해야했다. 이런 번거로움은 e-card나 모바일 카드, 플래시 이모티콘 등 간편하고 빠르게 보내는 디지털 연하장 시장을 급속하게 불러왔다. 2006년 포털사이트 네이트닷컴이 네티즌 920명을 대상으로 ‘명절 인사 어떻게 할 예정인가?’를 물어본 결과, 절반 이상이 ‘깜찍한 이모티콘을 곁들인 문자메시지’를 꼽았고, ‘손으로 쓴 연하장을 보내겠다.’는 의견은 5.1%(47명)에 그쳤다. (주)바른손카드는 국립민속박물관 ‘전통자수문양 디지털콘텐츠 개발’을 활용한 연하장을 개발해 3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직접 손으로 쓴 캘리그라피나 개인의 취향이 담긴 그림을 내세운 연하장이 다시금 인기다. 카드 전문업체 카드큐 정지영 팀장은 “사람들이 간편하고 소비적인 카드보다 상대방의 진심이 담긴 걸 선호하는 추세다. 로고부터 사진, 서명까지 직접 고객이 선택하고 제작한다. 2016년 맞춤 연하장의 수요는 2015년 초에 비해 1.5배 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정지영 팀장은 또 “정이나 진심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1인 가구도 늘고 삶이 각박해지면서 오히려 아날로그형 카드로 과거의 향수를 느끼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캘리그라피 문자는 2013년에도 인기였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 과거엔 손글씨체라도 컴퓨터 문자로 찍어내는 방식이었다면 올해는 ‘직접 쓴’ 글귀를 선호한다. 사장님이 직접 쓴 캘리그라피를 스캔한 후 표지와 내지를 장식하는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명화 연하장도 올해 떠오르는 트렌드다. 명화 연하장은 카드사와 명화 판매업체가 계약을 맺고 카드 앞면에 모네, 고흐, 르누아르 등 유명 화가의 그림을 배치하는 형태다. 정지영 팀장은 “기존 카드는 시간이 지나면 버리기 쉽지만, 명화는 두고두고 간직할 수 있어서인지 인기가 좋다”며 “20종이 넘는 고해상도 명화를 계약했는데 찾는 고객이 많아 앞으로 더 계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하장은 보통 새로운 해가 시작하기 두 달 전인 11월부터 설이 낀 이듬해 2월까지가 제철이다. 중장년층이 주로 사용하지만 최근 SNS를 통해 예쁜 디자인의 연하장이 퍼지며 젊은 층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아졌다. 비핸즈 마케팅팀 소은진 과장은 “보통 연하장을 잘 안쓰는 젊은층 구매자가 늘어나 연하장 시장이 조금 활기를 띠고 있다. 줄어드는 연하장 시장에 올 한해만 10만 장 이상이 팔렸다”며 “모바일 연하장도 잠깐 인기였지만 형태에 따라 판매 기복이 심해 요즘엔 다시 주춤하는 추세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아날로그 판매율이 더 좋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고, 우리도 디자인이나 마케팅을 아날로그형으로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정수현기자 movingsho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