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귄홍우 기자의 군사·무기 이야기] K-9 국산 자주포, 북유럽 누빌까

노르웨이 설원 시험 영상 공개
기준 통과 최종 후보군에 올라
성능 대비 가격경쟁력 커 유력
방산수출 활기 되찾을까 주목

K-9 자주포
K-9 자주포. /사진제공=국방과학연구소

국산 자주포 K-9이 북유럽의 설원에서도 통할까. 유튜브에서 K-9 자주포가 노르웨이 눈밭에서 테스트 받는 장면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성사 가능성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5분 남짓한 동영상에는 K-9 자주포가 설원을 질주하고 각도를 달리하며 사격하는 장면이 나온다. 동영상은 맞는 것일까, 그리고 언제 것일까.

방위사업청과 방산업계·외신에 따르면 맞다. 노르웨이 육군은 지난해부터 1월까지 3개월 동안 차기 자주포에 대한 야지 성능시험을 진행했다. 국내에 소개된 동영상은 지난 1월 촬영된 것이다. 노르웨이가 보유한 54문의 155㎜ 자주포 가운데 근대화 개수를 받은 14문을 제외한 40문이 교체 대상. 다만 1대1 교체가 아니라 성능이 보다 우수한 신형 24문을 오는 2020년 이전까지 도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예산은 약 21억크로네. 한화 2,938억원, 미화로는 2억4,100만달러 수준이다.


노르웨이가 정한 사전 기준을 통과한 후보는 4개사. 한국 한화테크윈의 K-9과 독일 크라우스-마페이베그만사의 PzH2000, 프랑스 GIAT사의 케사르(장륜형), 스위스 RUAG사의 M-109 KAWEST가 경합하고 있다. 평가 항목은 사정거리와 화력(발사 속도), 기동력, 방호력 및 운용 유지 비용 등 크게 다섯 가지. 노르웨이는 4개 후보 기종 모두 구형보다 월등한 성능을 발휘했다고 최근 밝혔다.

노르웨이 육군 구매 당국자가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후보 기종들은 분명한 장단점을 갖고 있다. 성능과 신뢰도에서 가장 앞서는 자주포는 독일제이나 결정적으로 가격이 비싸다. 프랑스제 케사르 자주포는 상대적으로 가격과 운용비가 낮지만 6개의 바퀴가 달린 장륜형이어서 설원 같은 지형에서의 험지 기동력과 방호력이 떨어진다. 스위스가 내세운 M-109 KAWEST는 가격이 싸도 기본 차체가 1960년대에 나온 미국제 M-109 자주포의 개량형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포신을 연장했어도 다른 3개의 후보보다 사정거리도 짧다.

한화테크윈이 들고 나간 K-9는 제원상으로 독일제와 큰 성능 차이가 없어 가격 대비 성능 차원에서 가장 뛰어나다. 노르웨이어 인터넷 사이트에는 '한국 해병대가 연평도 피격 당시 보여준 신속한 반격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노르웨이가 가격 협상과 지연 문제로 2년 전 계약을 파기한 스웨덴제 FH-77BW 아처 곡사포도 한때 확실한 차기 후보였다는 점에서 뜻밖의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한화테크윈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면 침체 분위기의 방산 수출도 힘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터키 기술 수출을 시발로 폴란드(차체 수출)를 거쳐 확정 단계인 인도 수출에 이어 북유럽 판매까지 성공하면 K-9에 대한 신뢰도 역시 크게 높아질 수 있다. 더욱이 노르웨이뿐 아니라 덴마크·핀란드 등도 대량 구매에 따른 가격 인하 효과를 얻기 위해 공동 구매에 나설 수도 있다. 결과는 이르면 6월 말, 늦어도 가을께 발표될 예정이다.

/귄홍우기자 hongw@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