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인 살리자] "獨 '일·학습 병행'에 꾸준한 인재 유입… 대기업·중기 임금 차이도 거의 없어요"

크레브스 컨설턴트가 말하는 독일 직업교육
고1때부터 공부하며 돈 벌어 언제든 원하는 직종이동 가능
한국도 독일제도 도입했지만 10인 미만 제외에 도움 안돼


독일에서 취업 준비생들은 대기업만 선호하지 않는다. 역량이 뛰어난 학생이더라도 개인의 의지에 따라 소규모 제조업체에 취업하거나 마이스터 자격을 받아 개인영업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 학생들도 많다. 그렇다 보니 실업률은 낮아지고 소규모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숙련된 기능공들을 키우고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독일 특유의 두알레스(일·학습 병행) 시스템이 사회적 분위기나 실제 인력양성과 수급에 상당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해 말 독일 헤센주(州) 오펜바흐상공회의소에서 서울경제신문이 만난 알렉산더 크레브스(사진) 직업교육 담당 컨설턴트는 "독일 중부의 상공업도시가 모여 있는 헤센주의 실질 청년 실업률은 주변 유럽 국가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인 7% 이하로 유지되고 있다"며 "이는 독일 특유의 두알레스 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이 언제나 자신의 진로에 맞춘 교육을 받을 수 있는데다 연방법에 따라 동종업종에서 같은 시간의 일을 하게 되면 대기업이나 소규모 기업에서 받는 임금이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역량이 뛰어난 학생들이 무조건 김나지움(인문학교)에 들어가거나 대기업으로 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고 자기 적성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중소기업으로 가기 위해 레알슐레(실업학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크레브스 컨설턴트는 "한국으로 따지면 고등학교 1학년부터 두알레스 시스템을 활용해 3년에 2만유로(약 2,600만원)를 받으면서 기술교육을 받을 수 있다"며 "이 시기에 대학에 가려는 학생들은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해야 해 그만큼 기회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기술자로 진로를 결정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일·학습 병행제에는 대기업뿐 아니라 소기업들도 참여해 숙련된 기능공을 키울 수 있어 인력수급도 가능하고 대기업과 경쟁해도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의 품질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알레스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이 걸릴 뿐 언제나 직업 사다리를 타고 원하는 직종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크레브스 컨설턴트는 "저급 학교를 다니더라도 나중에 원한다면 김나지움에 입학해 박사학위를 받을 수도 있다"며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어 아주 늦게 시작하고 어릴 적에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개인 의지에 따라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독일식 교육체계를 벤치마크해 고용노동부가 일·학습병행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근로자 10인 미만의 제조업체인 소공인들은 그 혜택을 볼 수 없다. 심순식 태화목형 대표는 "독일은 업체의 고용인원 수와 관계없이 일·학습병행제가 지원되지만 우리나라는 근로자 20인 이상, 명장기업으로 선정된 업체만 3명 정도의 학생들을 인턴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인력수급 상황이 좋지 않은 소공인들에게는 아무 혜택도 없고 기여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오펜바흐=강광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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