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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이 강원도 평창의 산과 전남 신안 임자도 해변에서 말을 탔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멋진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요즘 지역 특색에 맞는 외승(外乘) 코스를 개발하고 이를 관광 자원화하는 분위기는 승마의 다양한 진화를 보여주는 희소식입니다. 말을 타고 산길을 조용히 걷거나 개울을 건너거나 해변을 멋지게 달려보는 기회를 갖는다면 자연과 하나가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정돈이 잘된 마장을 벗어날 때는 몇 가지 요령과 주의 사항이 있습니다. 마장 밖에서 타는 외승을 하다 보면 평지도 있지만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습니다. 또한 모래밭이 아닌 아스팔트 길도 있고 간혹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마장에서보다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일단 마장에서 벗어나면 딱딱한 아스팔트 길을 만나게 됩니다. 초보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대부분 쇠로 된 편자가 아스팔트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 때문입니다. 약간 긴장을 하는 게 좋습니다. 돌발 상황에 말이 놀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소리 때문에 어색할지라도 전문가들은 아스팔트를 일부러 걷게 하기도 하는데 이는 말의 관절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마무리 운동으로 아스팔트 길을 몇 번씩 평보로 거닐며 몸을 풀어주기도 합니다.
언덕이나 산에서의 외승은 기승자뿐 아니라 말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다양한 환경에 적응시키는 훈련 방법으로 활용됩니다. 비탈길을 오르며 말이 주변을 자연스럽게 보게 합니다. 말도 생소하기 때문에 이리저리 목을 빼 주변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간혹 처음 보는 새로운 것에 움찔하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기승자가 말을 진정시켜주면 됩니다. 덩달아 놀라거나 과도한 동작을 취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삐를 당겨서 말을 흥분시키거나 자극하면 안 됩니다. 다리로는 말의 몸을 감싸 안정적으로 가게 합니다. 다람쥐의 바스락거림이나 푹 꺼진 땅 등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비탈길을 오르기 시작하면 초보자들은 당황하게 됩니다. 오르막 경사에 의해 말의 앞부분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납니다. 이때는 체중을 말의 목 쪽으로 기울여 말이 올라가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쏠리도록 해 줍니다. 말의 앞쪽이 올라갔다고 해서 같이 뒤로 누워버리는 게 아니라 몸을 경사면과 맞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안장 뒤로 미끄러져 고삐에 매달리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안장 앞으로 깊숙이 앉아야 합니다.
반대로 내려갈 때는 앞의 말 머리가 보이지 않을 겁니다. 이럴 땐 같이 상체를 숙이는 게 아니라 뒤로 제쳐서 기울기에 맞춰야 말이 편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오르막에서는 등자에 너무 많은 체중을 실으면 안 되지만 내리막길에서는 기승자의 체중이 등자에 실려야 말이 편합니다. 등자에 몸을 싣고 내리막의 기울기만큼 상체를 뒤로 젖혀줍니다. 아울러 뒤로 젖혀지면서 무의식적으로 고삐를 잡아당기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1000일간의 승마표류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