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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본 시민단체가 윤동주(1917∼1945·사진) 시비 건립을 위해 일본 후쿠오카시 사와라구청에 타진했지만 해당 구청이 불허했다. 하지만 이 시민단체는 시비 건립을 위한 모금활동을 계속하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5일 도쿄신문 보도에 따르면 니시오카 겐지 후쿠오카현립대 명예교수가 주도하는 일본 시민단체 '후쿠오카에 윤동주 시비를 설치하는 모임'은 후쿠오카 모모치니시공원에 시비 건립을 타진했지만 지난해 여름 관할 지자체로부터 '불허' 통보를 받았다. 매년 윤동주 추도식이 열리는 모모치니시공원은 윤 시인이 숨을 거둔 후쿠오카형무소 터와 가깝다.
관할 지자체인 후쿠오카시 사와라구청은 윤 시인이 후쿠오카에서 유명하지 않고 후쿠오카시에 공헌한 인물도 아니라는 판단 아래 불허 결정을 내렸다고 신문은 전했다.
사와라구 유지관리과는 도시공원법과 시 공원 조례의 취지에 비춰 검토를 진행한 결과 "시민의 교양에 기여하는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다"고 도쿄신문은 소개했다.
후쿠오카 시내 구립 공원에 개인을 기리는 비는 여럿 존재하며 외국인 중에도 중국인 문학가 관련 비가 있다.
이처럼 전례가 없는 일이 아님에도 불허한 것은 결정 당시의 한일관계 상황, 현 아베 정권의 성향 등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니시오카 교수는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비는 역사적 사실을 바로 보는 계기가 될 것이고 일본인의 손으로 지으면 상호 이해도 깊어질 것으로 생각했는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모임은 포기하지 않고 비 건립을 위한 모금활동을 계속하기로 했다.
만주에서 태어난 윤 시인은 일본 교토 도시샤대에서 유학하던 지난 1943년 7월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붙잡혀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후쿠오카형무소에 갇혀 있던 중 광복을 6개월 앞둔 1945년 2월16일 옥사했다.
일제가 주장한 그의 '죄목'은 한글로 시를 씀으로써 독립운동에 관여했다는 것이었다./이경운기자 cloud@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