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홍우 기자의 군사·무기 이야기] 한국군 전차 개발 능력이 사라진다

3% 남은 연구인력마저 곧 해체
차기 K-3 개발 진전 불가상태
기존전차 개량도 '수리' 수준

늠름한 자태 뽐내는 흑표전차
올해 초 경기도 여주 남한강 일대에서 육군 20사단 혹한기 전술 훈련에 참가한 K-2 흑표 전차. /=연합뉴스

한국의 전차 개발 능력이 사라지고 있다. 인력 부족 때문이다. 차기 전차로 알려진 K-3 전차도 실제 개발은 전혀 진전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과학연구소(ADD)의 한 관계자는 "K-2 흑표 전차를 개발할 때 000명에 달했던 전차 연구 및 개발 인력이 지금은 0명으로 줄어들었다"며 "이마저도 터키 관련 사업을 위해 존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 관련 사업은 K-2 흑표 전차를 터키에 기술 수출한 후속 지원 업무를 말한다. 터키는 K-2 흑표 전차의 확대 개량 및 염가 버전인 자국산 알타이(Altay) 전차를 생산하고 있다.

ADD 관계자는 "K-2 전차 개발이 완료된 직후 해당 인력들이 다른 부서로 이동하거나 퇴직해 지금은 한창때에 비해 97%가량 줄었다"며 "곧 알타이 전차 개발과 관련한 후속 서비스도 종료돼 0명의 연구 인력마저 다른 부서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전차 개발 능력이 사장되고 있는 반면 북한은 천군호와 선군호 등 신형 전차를 속속 선보이고 있으며 중국도 옛 소련이 설계한 구형 전차를 대체할 자국산 신형 전차와 개량형을 해마다 내놓고 있다.

ADD의 다른 관계자에 따르면 K-2 흑표 전차 이후의 미래형 전차로 주목을 끌었던 K-3 전차 역시 실제로는 개념 연구 단계에조차 들어서지 못했다. K-3 전차는 미래형 화포인 전열화학포와 신형 장갑을 두른 형상으로 일부에 알려졌으나 관련 예산의 집행과 연구는 전무한 상태다. 전열화학포의 경우만 차세대 함포와 전차포로 탐색 연구 단계를 밟고 있는 정도다.

ADD 일각에서는 부족한 개발 인력으로 국산 전차의 기술력을 유지하려면 신형 전차 개발보다 기존의 K-1 전차와 K-1A1 전차를 업그레이드하는 '진화형 개발'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복수의 ADD 관계자들은 "미국이나 독일같이 35년 전 개발된 전차를 꾸준히 개량해 세계 최고의 성능을 유지하는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며 "한국군도 전차를 개량하고 있으나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개량'보다는 '수리'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군은 K-1A1 전차의 일부를 K-1A2로, 0000대에 이르는 K-1 전차 전량을 K-1E1로 개량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교신 장치와 전후방 카메라 설치 등에 그쳐 본격적인 개량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국 육군이 보유한 국산 K계열(K-1·K-1A1·K-2) 전차들은 작고 실내 공간이 협소해 개량에 한계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 ADD 관계자들은 "기술 발달로 엔진에서 통신장비에 이르기까지 소형화·고기능화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국산 전차들도 충분히 개량할 수 있다"며 "국산 전차의 문제로 지적되는 휴행 전차탄 부족 문제도 외부 격벽 설치 등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한편 육군은 '국방개혁 2030'에 맞춰 오는 2026년까지 군단 및 사단을 감축하며 기계화보병 3개 사단을 해체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육군이 보유한 전차 대수도 2,000대 미만으로 줄어들고 미국제 구형 M-48 시리즈 전차도 도태돼 전시에 대비한 치장물자로 전환될 예정이다. 육군은 보유 대수를 감축하면서도 전력 수준은 유지 또는 상승시키기 위해 206대로 축소된 K-2 흑표 전차의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을 예산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기동군단인 제0군단 예하 부대들이 보유하는 전차만이라도 K-2 흑표 전차로 구성하려면 현재 계획보다 두 배 이상 생산량이 늘어나야 한다./권홍우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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