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우아한 복수극

[리뷰] 드레스메이커

사진제공=브릿지웍스엔터테인먼트, 리틀빅피쳐스


이웃집 숟가락 개 수까지 알고 지낼 것 같은 작고 폐쇄적인 시골 마을 던가타. 과거 소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마을에서 쫓겨났던 ‘틸리(케이트 윈슬렛)’가 25년 만에 고향 던가타로 돌아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1950년대 호주의 작은 시골 마을에는 사뭇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드레스 차림을 하고 돌아온 그녀는 그동안 재능있는 디자이너로 명성을 쌓았다고 한다. 그녀의 엄마는 괴팍한 행동을 일삼는 일명 ‘미친 몰리(주디 데이비스)’. 한 명은 미친 사람, 한 명은 살인범 취급을 받는 이 모녀 가족은 온갖 악의적 시선과 감정을 던지는 마을 사람들을 향해 우아하고 재기발랄한 복수극을 펼친다. 바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옷’으로 말이다.

여성의 복수는 남성의 그것과 분명히 다르다. 그런데 과연 어떻게 다르단 말인가. 영화 ‘드레스메이커(사진)’는 이 명제를 흥미롭게 풀어간다. 호주의 대표적인 여성작가 로잘리 햄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아메리칸 퀼트’ 등을 연출한 호주 최고의 여성감독 조셀린 무어하우스가 메가폰을 잡았고 연기력으로 명성이 자자한 여배우 케이트 윈슬렛이 주연으로 나섰다. 여성 제작진에 의해 치밀하게 관찰된 여성의 복수극은 그렇게 여성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들의 복수에서 우리가 흔히 보던 눈물과 울분, 유혈이 낭자한 액션 활극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틸리는 그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누명을 벗고 마을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복수가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도 없다. 마을 최고의 천덕꾸러기였던 틸리가 누구보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태로 고향에 돌아와 마을 안팎의 남성 모두의 시선을 일시에 사로잡은 것 자체가 일종의 복수다. 어린 시절 자신을 괴롭히고 따돌렸던 이웃·친구들이 아름다워지기 위해 틸리에 아양을 떨고 애걸복걸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통쾌하다는 느낌이다.

물론 마을 사람 모두가 그녀의 의상에 만족하며 과거 틸리 모녀를 괴롭힌 것에 용서를 빈다면 이 우아한 복수극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마무리됐겠지만 안타깝게도 어느 곳에나 결코 변하지 않는 악질은 있는 법. 약자에게만 강했던 이 고약한 시골 마을 사람들은 결국 틸리에 의해 그 대가를 치른다.

촘촘하게 짜인 드라마의 구성도 영화의 장점이지만 ‘옷’을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는 만큼 시각적 만족도가 상당한 영화다. 백미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수십 종의 드레스. 호주 오지 시골 마을의 황량함과 극명히 대비되는 화려함을 선보이기 위해 제작진은 총 350벌의 의상을 직접 제작했다고 한다.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를 힘있게 끌고 나가는 케이트 윈슬렛은 이 영화로 제5회 호주영화협회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미친 몰리’로 분한 주디 데이비스의 매력 또한 특별하다. 영화는 11일 개봉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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