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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비(非)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인 러시아와의 산유량 동결 합의 이후 훈풍이 불던 원유 시장에 다시 찬물을 끼얹었다.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생산 동결에 합의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감산 논의에도 시동이 걸리지 않겠냐는 기대와는 달리 감산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는 원유 생산량을 줄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사우디는 앞서도 말해온 것처럼 (원유) 시장 점유율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알주바이르 장관은 "다른 생산자들이 (원유) 추가 생산을 제한 또는 동결하기를 바란다면 시장에 영향이 있을 것"이나 사우디는 감산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셰일혁명의 주역인 미국에 이어 세계 원유시장에 복귀한 이란과의 치킨게임에서 물러설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는 이어 "석유 문제는 공급과 수요라는 시장의 힘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원론을 강조했다.
사우디 등 OPEC 회원국들은 셰일혁명 이후 원유시장에서 점유율을 키워온 미국산 셰일유를 견제하기 위해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원유감산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중반 이후 국제유가가 70%가량 하락하면서 산유국 경제가 파탄에 내몰리자 사우디는 16일 비OPEC 국가이자 세계 2위 산유국인 러시아와 산유량 동결에 합의했다. 이어 OPEC 회원국인 카타르·베네수엘라·쿠웨이트도 동결 합의에 동참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세계 1, 2위 산유국의 동결 합의가 OPEC·비OPEC 국가 간 공조의 첫 징후라는 해석과 함께 이번 결정이 유가 방어를 위한 감산 합의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양국의 생산동결 합의 이후 사흘간 국제유가는 14% 이상의 급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알주바이르 장관의 발언은 원유시장에서 고조되던 감산 기대를 단숨에 꺾어놓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지는 사우디가 감산 전망을 일축하면서 원유시장에 충격을 줬다고 평가했다. 전날에 이어 18일에도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이던 런던 ICE선물시장의 브렌트유 가격이 그의 발언 이후 장중 3.5%가량 급락했다고 전했다. 전날 사우디발 실망에 더해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지난주 미국 원유재고량이 210만배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19일 도쿄시장에서도 원유 가격은 5% 이상 하락 마감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