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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현장 담당 6~9급은 성과 차이 발생할 여지 거의 없어
민간과 교류 확대… 민간근무 휴직자 年 100명까지 늘릴 것
공무원은 인력 아닌 인재… 효율적 육성·관리방법 고민해야
"실무·현장을 담당하는 6~9급 공무원에 대해서는 성과연봉제 도입 계획이 없습니다. 이들의 업무는 개인 역량에 따라 성과 차이가 발생할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올해는 5급 관리자까지, 내년부터는 5급 이상 전원에게 성과연봉제를 적용할 것입니다." 이근면(사진) 인사혁신처장은 지난 1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무원 노동조합에서 반대하는 성과연봉제와 관련해 5급을 기준으로 인사에 차별을 두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올해 공무원 노조와 함께 연구회를 만들어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 논의를 할 것"이라면서 "5급 이상은 정책 입안에 대한 기여 등 평가할 수 있는 개인의 역량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 또 6~9급에 대해서는 생활·생계적인 점을 감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서울청사 15층에 위치한 이 처장의 집무실 한쪽 벽에 걸린 화이트보드에는 '채용의 혁신' '교육의 정상화' '인사의 전문화/성과화' '공무원의 바람직한 문화'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2014년 11월 초대 인사처장에 취임한 그의 머릿속을 보여주는 듯했다. 36년이라는 시간을 국내 최대 기업 삼성에서 근무한 인사 전문가답게 아이디어가 넘쳤고 질문마다 대답은 거침없이 시원시원했다.
이 처장은 공무원 성과평가 및 성과연봉제와 관련해 "성과와 능력 중심으로 가는 것은 국민적 요구이며 사회적 대세"라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은 봉급을 국민들이 주는 특별한 직장인"이라면서 "일을 조금 못해도 봉급을 계속 주겠다고 생각할 국민이 어디에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호봉에 따라 임금을 올려준다면 연령이 많아질수록 생산성이 높아져야 하지만 한국 공직사회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사실 공무원 성과평가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제도적으로 명문화돼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실행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 처장은 "현존하는 법령에 성과평가를 하도록 돼 있다"면서 "있는 시스템을 제대로 구동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처별로 나름의 평가방식이 존재하고 성과금심사위원회가 있다. 4급 공무원 이상은 집무성과계약서를, 5급 이하는 근무성적 평정 연간계획서를 토대로 성과를 심사하도록 돼 있다. 현재 공무원 노조가 성과평가에 반대하지만 그는 "공공성 역시 얼마든지 평가가 가능하다"면서 "평가를 해야 승진을 시키고 우열을 가릴 수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특히 고위공무원에 대한 성과평가는 더욱 엄격하게 실시할 계획이다. 이 처장은 "고위공무원단이 만들어진 지 10년이 지났지만 한번도 저성과자를 걸러내고 재교육하도록 한 조항이 작동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인사처는 기존 '고위공무원단 인사규정'에 적격심사적용 요건을 확대하고 성과향상 교육을 실시하는 내용을 새로 담은 개정안을 마련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소위 '저성과자'의 퇴출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미다.
인사처의 이 같은 계획이 공개된 후 저성과자 고위공무원 2명이 지난해 말 사퇴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말~12월 초 업무평가 '미흡' 판단을 받고 재교육 대상자로 분류된 중앙부처 고위공무원 2명이 사표를 제출해 의원면직 처리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처장은 "저성과자들에 대한 재교육 시범과정을 시행하던 중 그 과정에 발령을 받은 2명이 사표를 쓴 것"이라면서 "시범과정을 토대로 올해 정규 프로그램을 마련해 저성과자들이 재교육을 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재교육은 저성과자들을 퇴출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동기 부여를 해 재기의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위공무원단에 오르기까지 30년 가까운 커리어를 쌓고 훈련을 받으며 엄격한 선발과정을 거친 인재들인 만큼 가능한 한 그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재교육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얘기다.
올해 초 인사처 업무보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적한 '공무원순환보직제' 문제도 적극적으로 개선해나갈 방침이다. 이 처장은 "조사해보면 역대 대통령 4명이 순환보직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고쳐지지 않고 있다"면서 "제도적 뒷받침과 실무적 집행을 통해 개선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국·과장은 2년, 그 이하는 3년 이상을 근무하도록 제도적으로 못 박았다. 또 근무기간을 승진제도와도 연계하도록 했다. 장관이 교체되더라도 특별한 요청이 없을 경우 이를 지키도록 했다.
이 처장 취임 이래 민간과 공직사회의 교류도 활성화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6명이 민간기업 경험을 위해 휴직했는데 올해는 역대 최다인 57명이 최장 3년간 민간기업에서 근무하게 된다"면서 "앞으로 민간근무 휴직자를 연간 1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간 출신에 대한 공무원의 문호 개방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상예보의 최고 권위자인 이동규 서울대 명예교수를 기상청 수치모델연구부장으로 영입, 헤드헌팅 1호 공무원이 탄생한 것을 비롯해 다양한 경로로 민간인 채용에 나서고 있다. 인사처는 올해 정부 국·과장급 직위 중 218개에 민간인을 임용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 165개 직위에서 3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 처장은 다음과 같은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우리는 지금껏 유일한 자원인 인재를 리소스(resource·자원)나 맨파워(man power·인력)로만 여기고 이를 소비하는 데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제는 인재(human)로 보고 이들을 육성하고 효율적으로 인사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때입니다." 인재와 인사에 대한 그의 철학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정리=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
대담=안의식 정치부장 miracle@sed.co.kr
사진=권욱기자
He is… △1952년 서울 △1970년 중동고 졸업 △1974년 성균관대 화공과 졸업 △1976년 삼성그룹 입사 △1982년 삼성코닝 인사과장 △1990년 아주대 경영대학원 졸업 △1994년 삼성SDS 인사지원실장 △2005년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인사팀장(전무) △2009년 삼성광통신 대표이사 부사장 △2011년 삼성광통신 경영고문 △2014년 11월 인사혁신처장 |
"공무원 능력 우수하지만 안정 추구… 조직간 '칸막이'도 문제" '정부 헤드헌팅 1호' 이동규 기상청 연구부장이 본 공직사회 박경훈 기자 socool@sed.co.kr 인사혁신처의 정부 헤드헌팅 1호 영입 인사인 이동규(사진) 기상청 수치모델연구부장(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명예교수)은 공직사회에 대해 "개개인의 업무역량은 우수하지만 일종의 관성이랄까, 밖에서 보기에는 다소 안정과 보신을 추구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만난 이 부장은 지난해 11월2일 근무를 시작해 기상청 공무원 생활 4개월차에 접어들었다. '부장'이라는 직책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그는 28년간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며 해외 수치예보 모델의 한국화, 한반도 강우 분석 및 예측 등의 업적을 보인 국내 최고의 기상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에게 기상청 업무는 새로울 것이 없지만 공직사회 특유의 문화는 아직 다소 생소한 듯했다. 이 부장은 공직사회의 문제점으로 "직원들이 업무에 대해 창의적·도전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며 "본인 역할의 한계를 스스로 정하고 '이 일만 하면 된다'는 식의 태도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수시로 직원들에게 "같은 일을 일류기업에서 하는 것과 공직사회에서 하는 것의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지 생각해보라"고 주문한다. 현재 위치에 안주하지 말라는 의미다. 다른 문제점으로는 조직 간 역할·업무를 구분하는 '칸막이' 문제를 꼽았다. "법·제도를 준수해야 하는 공직의 특성을 감안하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융통성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그는 자신이 이끌고 있는 연구부 안에서 협업을 강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조직 간 정보만 공유하는 수준에서 함께 업무를 진행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려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리를 옮기는 순환보직제도에 대해서는 "공무원은 업무상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옮겨야 하지만 해결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냐"며 인사처가 추진 중인 전문직제 도입 같은 개선방안에 대해 기대를 나타냈다.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전문직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될 수는 없지만 기술·경험 등의 전문성이 필요한 조직에는 부분적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보인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1945년생으로 지난해 70대에 접어든 그가 기상청 공무원이라는 새로운 길을 선택한 배경에는 인사처의 '삼고초려'가 있었다. 그는 "기상청에 근무하는 후배·제자의 자리를 빼앗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며 "이 자리는 민간인 출신만 지원할 수 있는 경력개방형 직위로 지정됐기 때문에 내부승진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을 듣고 일단 우려를 해소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점도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한다. 보수와 직책에 연연하지 않는 기상학 대가의 면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