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위 무명의 반란에 '리디아 스톱'

노무라 LPGA 호주 女오픈 우승

10m거리도 쏙… 버디8개 몰아쳐 "퍼트 믿을수 없을 정도로 잘됐다"

지난대회 챔피언 리디아 고 눈물

한국인 어머니·초중고도 한국서 주니어땐 '문민경' 이름으로 활동

한화 후원까지 한국과 진한 인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6시즌 세 번째 대회는 세계랭킹 67위인 노무라(사진) 하루의 반란으로 마무리됐다. 이름만 보면 일본인 같지만 어머니가 한국인이고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으며 한국 기업의 후원을 받는, 한국에 더 가까운 한국계다.

노무라는 21일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그레인지의 그레인지GC(파72·6,600야드)에서 끝난 호주 여자오픈(총상금 130만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8개를 쓸어담는 동안 보기는 1개로 막아 7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합계 16언더파로 마친 노무라는 13언더파 단독 2위 리디아 고를 3타 차로 따돌리고 2014년 LPGA 투어 데뷔 후 첫 승을 올렸다.


이날 경기 초반만 해도 비슷한 한국계인 뉴질랜드동포 리디아 고의 우승 가능성이 커 보였다. 리디아 고는 3라운드 공동 선두 노무라에 1타 뒤진 공동 4위로 출발했으나 1·2번홀 연속 버디로 단숨에 1위로 치고 올라갔다. 세계랭킹 1위의 저력이라면 그대로 우승까지 달릴 것 같았다. 지난주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 뉴질랜드 여자오픈도 제패하고 온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리디아 고였다. 리디아 고는 드라이버 대신 주로 3번 우드로 티샷하는 신중한 전략으로 굳히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세계 67위 노무라의 무서운 뒷심이 세계 1위 리디아 고를 밀어냈다. 9번홀(파4) 먼 거리 버디로 단독 선두에 나선 노무라는 10번홀(파5)에서는 벙커샷을 1m에 붙여 다시 버디를 잡았다. 앞 조의 리디아 고가 13번홀(파5)에서 버디에 성공, 공동 선두로 올라서자 노무라는 같은 홀 어프로치 샷을 1m에 세워 버디를 잡으며 다시 달아났다.

이후 노무라는 15~17번홀(이상 파4) 세 홀 연속 버디를 터뜨리며 우승을 예약했다. 노무라는 이날 10m 가까운 버디를 쏙쏙 넣을 정도로 신들린 퍼트 감을 자랑했다. 경기 후 그는 서툰 영어로 "퍼트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됐다"고 말했다. 4라운드 퍼트 수 26개로 리디아 고보다 4개가 적었다.

노무라는 영어보다 한국어가 편하다. 그는 지난해 9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상금이 가장 큰(우승 3억원) 한화금융 클래식에 초청선수로 출전했다. 우승까지 거머쥔 노무라는 당시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우승 소감을 밝혔다. "나는 한국인인가, 일본인인가…. 어렸을 때는 그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노무라는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일본 요코하마 출생이지만 초·중·고는 한국에서 나왔다. 한국 주니어 무대에서 '문민경'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뛰기도 했다. 2011년 일본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우승하고 지난해 한화와 계약한 뒤 한국 투어에서도 우승한 노무라는 프로 3승째를 LPGA 투어 데뷔 첫 승으로 장식했다. 올 시즌 들어 2개 대회에서 모두 공동 13위에 오르며 우승을 재촉해왔던 노무라다.

김효주(21·롯데), 장하나(24·비씨카드)에 이은 3주 연속 '한국선수' 우승은 무산됐다. 3라운드 공동 선두였던 신지은(한화)은 2타를 잃고 7언더파 공동 9위로 밀렸다.

한국선수 중에서는 장하나와 곽민서(25·JDX)의 8언더파 공동 4위가 가장 높은 순위다. 리디아 고는 버디 6개, 보기 1개로 5타를 줄였지만 LPGA 투어 시즌 첫 승을 다음으로 미뤘다.

/양준호기자 miguel@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