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의 환상적인 해변 풍광…천혜의 휴양지 ‘미야코지마’를 가다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6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일본 오키나와 남단에 위치한 작은 섬 미야코지마는 일본인들도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매력적인 섬이다. 동양 제일로 꼽히는 요나하 마에하마 해변과 일본 100경 중 하나로 꼽히는 히가시헨나자키 등의 절경을 마주하노라면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히가시헨나자키.
절벽을 타고 강한 바닷바람이 올라왔다.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의 질풍(疾風)이었다. 온몸을 쉬지 않고 두들겨대는 바람. 하지만 상쾌했다. 바람은 바닷가 특유의 물비린내 대신 상큼한 잎 내음으로 머릿속을 하얗게 표백시켰다.

지난 2월 1일 일본 오키나와현(沖繩縣) 미야코지마(宮古島) 동남쪽에 위치한 히가시헨나자키. 바다를 향해 길게 뻗은 곶(바다로 돌출한 육지)은 양옆으로 바다를 품고 있었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가이드는 “운이 좋지 않다”고 했다. 가이드는 날씨가 좋은 날에는 햇빛이 바다에 퍼지면서 만들어내는 에메랄드빛 풍광이 절경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비바람이 몰아치는 이날의 풍광도 다시 볼 수 없는 진경이었다. 먹구름이 드리운 잿빛 하늘 아래로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에서는 맑은 파도가 연신 사방으로 흩어졌다. 땅에 납작 붙어 군집을 이룬 작은 식물들은 짙푸른 초록빛으로 코앞의 바다와는 또 다른 청량감을 만들어냈다.

이케마대교.
◆ 오키나와 남서쪽의 작은 섬

미야코지마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남서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작은 섬이다. 전체 면적이 204㎢에 불과해 차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둘러보는 데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30분이면 섬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이동할 수 있을 정도다.

북위 24도~25도, 동경 125도~126도에 위치한 미야코지마는 일본 오키나와현에 속해 있지만, 지리상으로는 대만이나 필리핀에 더 가깝다. 섬 지역이면서도 생선 요리 대신 돼지고기 요리가 더 발달한 것이나 아와모리(오키나와식 증류주)에 꼭 태국 쌀을 사용하는 것 등 지역문화에서도 일본보다는 동남아시아 쪽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은 모습이다.

미야코지마의 전체 지형은 대체로 평탄하다.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곳도 113m에 불과하다. 지층은 석회암으로 구성돼 있다. 산호초가 융기해 만들어진 섬이기 때문이다. 위도가 낮은 만큼 고온다습한 아열대 해양성 기후를 보여 일본 내에서도 독특한 자연환경으로 유명하다. 평균 기온은 23도이며 한여름에도 34도를 넘지 않고, 한겨울에도 12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 동양 제일로 꼽히는 요나하 마에하마 해변과 일본 100경 중 하나로 꼽히는 히가시헨나자키 등이 유명하다.

미야코지마는 일본인들도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매력적인 섬이다. 특히 수려한 자연경관이 일품이다. 섬나라인 일본은 수많은 해변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미야코지마 해변을 최고로 친다. 산호가 풍화돼 만들어진 하얀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물이 워낙 맑아 바닷가 특유의 물비린내가 전혀 없고 수심 깊은 곳에서 노니는 물고기들도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한가롭고 여유로운 분위기는 미야코지마의 가장 큰 매력이다. 전체 인구가 6만 명이 채 안 되는 데다, 아직 해외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 어디를 가든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워낙 사람이 없어 해변을 사유지인 양 혼자 쓸 수 있다고 해서 일본에서는 미야코지마 해변을 ‘프라이빗 비치 Private Beach’라고 부르기도 한다.

역사적인 유적지가 많아 볼거리도 상당하다. 미야코지마에는 과거 류큐왕국(琉球王國·1879년 멸망한 일본 오키나와현의 옛 왕국)의 전설이 깃든 유적지가 시내 곳곳에 분포해 있다. 미야코지마에서는 이들 유적지를 묶어 7~8개의 시티투어를 운영 중이다. 이들 시티투어를 따라가다 보면 미야코지마의 역사와 함께 지역 특유의 이색적인 샤머니즘 문화를 접할 수 있다.

스나야마 비치.
◆ 청정자연에 곳곳이 절경

미야코지마는 미야코지마를 중심으로 이케마지마(池間島), 이라부지마(伊良部島), 쿠리마지마(?間島) 등의 더 작은 섬이 다리로 연결돼 있는데, 이들 섬도 각각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미야코지마와 이들 섬을 묶어 미야코지마 제도로 통칭하기도 한다.

미야코지마 북서쪽에 위치한 이케마지마는 섬 전체가 국가 지정 조수(鳥獸) 보호구이다. 섬 중앙의 이케마 습지는 새들의 낙원으로 이름이 높다. 이케마 습지는 오키나와 지역 최대 습지로, ‘일본의 중요습지 500’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섬 왼쪽의 근해(近海)는 얕으면서도 산호초가 넓게 형성돼 있어 스노클링 등 해양 스포츠를 즐기기에 알맞다.

이라부지마는 미야코지마 서쪽에 자리 잡고 있다. 이라부지마는 니시카이간 공원이나 마키야마 전망대, 도구치 해변 등 관광 명소가 많다. 도로 옆에 줄지어 서 있는 공동묘지 역시 이라부지마의 특별한 볼거리 중 하나다. 이들 공동묘지는 작은 벽돌집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외양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라부지마의 왼쪽으로는 시모지지마(下地島)가 바로 붙어 있다. 여러 개의 짧은 다리로 이라부지마와 연결된 시모지지마는 ‘통하는 연못’이라는 뜻을 가진 토오리이케(通り池)가 유명하다. 토오리이케는 석회암이 침식돼 생긴 호수이다. 지상에서 보면 독립된 두 개의 호수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하로 연결된 하나의 호수다. 바다 쪽 호수는 바다와도 물길이 통해 있다.

미야코지마의 남서쪽에 위치한 쿠리마지마는 청정 자연을 자랑하는 미야코지마에서도 가장 청정한 곳으로 이름이 높다. 이곳에서 나는 과일이나 농작물은 가격에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이다. 쿠리마지마의 북서쪽에 위치한 나가마하마 해변은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본섬과 부속 섬을 연결하는 이케마대교, 이라부대교, 쿠리마대교도 빼어난 경치에 일조한다. 이들 다리는 언뜻 모래로 지어진 듯한 인상을 준다. 햇살이 비추면 하얗게 빛나며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자연물인 듯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미야코지마의 분위기에 잘 녹아든 이들 다리를 건너노라면 마치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착각이 든다.

에메랄드 코스트 골프 링크스.
◆ 아름다운 골프장들도 매력적

현재까지도 비행편이 드문 미야코지마가 해외 관광객들에게 알음알음 알려지게 된 계기는 연중 내내 이용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골프장 덕이 컸다. 독특한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미야코지마의 골프장은 그 자체로 하나의 관광 코스라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마녀의 숲을 연상시키는 기이한 나무들과 석회암 암석이 나뒹구는 독특한 벙커는 비췻빛 바다와 대조를 이뤄 또 다른 절경을 만들어낸다.

미야코지마에는 3개의 챔피언십 코스(프로대회가 열리는 골프 코스)가 있다. 에메랄드 코스트 골프 링크스와 시기라베이 컨트리 클럽, 오션 링크스 미야코지마가 그 코스들이다. 이들은 각각 다른 매력으로 골퍼들을 맞는다.

미야코지마 남서쪽에 위치한 에메랄드 코스트 골프 링크스는 일본에서 바다에 가장 가까운 골프장으로 유명하다. 특히 골프장 깊숙이 들어온 만(灣)을 가로질러 샷을 날려야 하는 16번 홀이 백미다. 18번 홀은 아예 해변가 모래사장에 위치해 있다. 에메랄드 코스트 골프 링크스는 이 밖에도 골퍼를 즐겁게 해주는 요소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시기라베이 컨트리 클럽은 미야코지마의 남쪽 중앙에 위치해 있다. 시기라베이 컨트리 클럽은 모든 홀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일본에서 유일한 골프장이다. 티 그라운드는 여러 꽃나무에 둘러싸여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바다를 향해 호쾌한 티샷을 날릴 수 있는 11번 홀이 특히 인상 깊다. 난도가 높은 변화무쌍한 홀들로 유명하다.

동중국해와 태평양이 한눈에 들어오는 오션 링크스 미야코지마는 미야코지마 남동쪽에 자리 잡고 있다. 오션 링크스 미야코지마 바로 앞에는 일본 100경 중 하나인 히가시헨나자키가 길게 뻗어 있다. 섬 지형을 잘 활용한 코스 디자인으로 아열대 특유의 미야코지마 자연환경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코스로 평가받는다.

토오리이케.
◆ 독특한 문화 및 볼거리도 눈길

미야코지마에는 재밌는 문화와 독특한 볼거리도 많다. 우리나라 파도타기 음주문화와 비슷한 오토리 문화,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전통춤을 추는 구이차 축제, 미야코지마의 명물 경찰 인형 마모루군 등이 그 예이다.

오토리는 미야코지마의 밤을 수놓는 재밌는 전통 술 문화이다. 오토리는 같은 잔을 돌려쓴다는 점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파도타기 음주문화와 상당히 비슷하다. 방법은 이렇다. 대표를 맡은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선 오토리 잔에 든 술을 단숨에 들이켠다. 대표는 술잔에 술을 따라 옆 사람에게 넘기고 옆 사람 역시 한 번에 마신다. 이렇게 모든 구성원을 한 바퀴 돈 오토리 잔은 다시 대표에게 돌아오고, 대표는 다시 잔을 채워 자기 순번의 마지막 잔을 마신다. 이렇게 한 순번이 끝나면 바로 옆 사람이 대표 역할을 이어받아 반복한다. 미야코지마에서는 현지인들과 우정을 쌓으면 오토리 잔이라고 하는 술잔을 선물로 받게 되는데, 주량에 자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자리에서 술잔의 포장을 뜯는 일은 피해야 한다. 포장을 뜯음과 동시에 오토리 문화가 시작된다.

구이차 축제는 악기 없이 소리를 주고받으며 경쾌하게 단체 춤을 추는 미야코지마의 민속 축제이다. 미야코지마시에서 주최하는 구이차 축제는 매년 11월 첫 번째 일요일에 개최되지만, 미야코지마 민요 선술집 등에서는 매일 소규모의 구이차 축제가 벌어진다. 이들 소규모 구이차 축제의 내용은 간단하다. 참가자들은 춤을 추면서 둥글게 원을 그리며 도는데, 이따금 가창자의 노랫소리에 맞춰 ‘히야삿사’ 후렴구를 외친다. 춤은 두 팔로 창문을 여닫듯 좌우로 흔들면서 장단에 맞게 몸을 흔들기만 하면 끝이다. 가창자와 메인 무용수는 악기를 연주하거나 북을 치기도 한다.

마모루군은 미야코지마를 지키는 경찰 인형이다. 2015년 현재 19개가 섬 곳곳에 배치돼 있다. 마모루군은 미야코지마시의 특별 주민으로 등록되어 주민등록증도 가지고 있다. 19개의 마모루군은 체형은 같되 얼굴은 모두 다른데, 공통으로 다 못생겼다는 특징이 있다. 미야코지마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SNS에 각기 다른 마모루군과 같이 사진을 찍어 이를 비교해 올리는 일이 유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야코지마에서 꼭 경험해봐야 할 활동으로는 반잠수정이나 글라스보트(밑면이 유리로 된 보트)를 타고 근해의 산호초를 둘러보는 일이 있다. 물이 너무 맑아 밖에서도 안을 다 볼 수 있지만, 반잠수정이나 글라스보트를 타고 보는 수면 아래의 세상은 또 다른 감동을 준다.

미야코지마의 민속 축제인 구이차 축제.
<이하 박스 기사>

● 미야코지마에 가려면?


인천국제공항에서 일본 오키나와 나하공항을 거쳐(약 2시간 20분) 다시 미야코지마 공항으로 이동(약 50분).

Tip> 매년 1월부터 2월까지 인천국제공항에서 아시아나 전세기 취항(약 2시간 20분).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