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개방, 좀비기업 빚 증가 우려 키워

■ 中 증시, 또 급락… 원인은
'외환 곳간 채우기' 의도와 달리
악성 부채 늘리고 수익성 악화 신용불량 업체 줄도산 가능성
회사채 규모 GDP 160% 육박… 세계 금융시장에도 불안 요인


1주일간의 춘제(설명절) 기간 이후 안정세를 찾아가는 듯했던 중국증시가 열흘을 채 못 넘기고 다시 휘청거린 것은 가뜩이나 과도한 부채로 신음하는 좀비기업(신용불량기업)들이 정부의 회사채시장 개방으로 빚만 늘리고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회사채시장 개방으로 외자를 유치, 위안화 가치 방어를 위해 급격하게 줄어든 외환 곳간을 채우겠다는 중국 금융당국의 의도와 달리 오히려 기업들의 악성부채만 키워 금융위기의 또 다른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자료를 분석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최근 중국 회사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60% 수준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 2008년에 비해 98% 증가한 규모다. 이는 GDP의 70% 수준인 미국 회사채시장과 비교하면 과도하게 높다. 특히 중국의 국가총부채 비율이 GDP의 200%를 넘어 개발도상국의 평균 수준을 웃도는 만큼 중국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큰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고 WSJ는 경고했다.

문제는 중국 당국이 지난해 이후 급속히 빨라지고 있는 자본유출 흐름을 막고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회사채시장 개방폭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인민은행은 웹사이트를 통해 중국 역내 채권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 대상에 외국 시중은행과 보험회사·증권사·뮤추얼펀드·연기금 등을 포함하는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7월 일부 해외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등에 중국 은행 간 채권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지만 이번에 대상 폭을 전면 확대한 것이다. 다만 헤지펀드는 이번 조치에서 제외됐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회사채시장 개방확대 조치를 최근 1년여 동안 사실상 1조달러가량 빠져나간 외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하면서도 이 같은 조치가 부실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도미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위안화 채권 모니터' 분기 보고서에서 지난해 중국 역내 채권시장의 총 발행액이 전년보다 2배 늘어난 24조3,000억위안을 기록했다며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는 철강·석탄 기업들의 디폴트 사례가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내에서도 이번 회사채시장 개방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일제경은 이날 "이미 부채한도가 턱밑에 달한 기업이 회사채시장 개방을 틈타 빚을 늘리고 이 위험을 금융시장으로 이전해 은행권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25일 중국증시 폭락사태는 줄어든 외환보유액을 늘리기 위해 성급하게 도입한 대응책이 시장의 불안만 키우며 중국 금융당국의 미숙한 정책능력이 다시 한번 드러난 셈이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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