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슬래머서 명예의 전당까지… 박인비의 '말하는 대로'

'27세' LPGA 명예의 전당 입회조건 최연소 충족

인비
최소타수상인 베어트로피를 들어보이는 박인비. /사진제공=LPGA 트위터

'명예의 전당'이라고 하면 머리 희끗희끗한 노장을 떠올리게 된다. 오랜 세월 해당 분야에서 역사에 남을 업적을 이룩한 사람만이 들어가는 곳 같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명예의 전당은 입회 조건이 특히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10년 이상 투어를 뛰며 포인트 27점을 채워야 한다. 27점 중에 메이저 우승이나 올해의 선수, 최소타수상 수상으로 획득한 포인트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로라 데이비스(52·잉글랜드)는 10년 넘게 25점에 머물고 있고 제인 블라록(70·미국)은 27점을 채웠음에도 메이저 우승 등의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LPGA 65년 역사상 명예의 전당 회원은 24명뿐이었다. 2007년 박세리(38·하나금융그룹)가 마지막이었다.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20대에 명예의 전당 입회를 예약했다. 박세리 이후 8년 만이자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 회원으로, 입회조건 최연소 충족 기록도 썼다. 박인비는 2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GC(파72·6,540야드)에서 끝난 올 시즌 마지막 대회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12언더파 276타로 6위를 기록했다. 시즌 평균 69.415타로 리디아 고(69.441타·뉴질랜드)의 추격을 뿌리친 박인비는 최소타수상인 베어트로피를 수상했다. 26점이던 명예의 전당 포인트에 1점을 더한 것이다.

2007년부터 LPGA 투어에서 뛴 박인비는 9년 사이에 '27점 클럽'에 가입했다. 메이저 7승으로 14점, 일반 대회 10승으로 10점, 올해의 선수상(2013년)과 최소타수상(2012·2015년)으로 3점을 보탰다. 내년 시즌을 마치면 10년을 채워 자동으로 명예의 전당 문이 열린다. 박세리의 경우 27점을 채우기까지 2004년까지 7년이 걸렸다.

박인비는 대회 마지막 날 3타를 줄였다. 이븐파를 기록한 리디아 고는 박인비에 1타 뒤진 11언더파 공동 7위로 마쳤다. 박인비보다 2타를 덜 치면 최소타수상을 탈 수 있었지만 1타를 더 쳤다. 대회 우승은 17언더파의 크리스티 커(미국)가 가져갔다.

올 6월 KPMG 위민스PGA 챔피언십 우승으로 단일 메이저 3연패 기록을 쓸 때만 해도 이때가 박인비의 정점인가 했다. 단일 메이저 3연패는 10년 만의 기록이며 단일 메이저 3연패와 메이저 3연승(2013년)을 다 이룬 선수는 남녀 통틀어 박인비가 최초다. 박인비는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고 8월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으로 아시아 최초 커리어 그랜드슬램(은퇴 전 4개 메이저 석권)마저 작성했다. 위민스 PGA 우승 뒤 "메이저 우승 숙제를 마쳤으니 커리어 그랜드슬램이 올 시즌 최종목표"라고 했던 박인비는 '말하는 대로' 그랜드슬래머가 됐다. 명예의 전당 입회는 슬럼프였던 2009년부터 3년 동안에도 놓지 않았던 평생의 꿈이다. 박인비는 "명예의 전당 목표 때문에 골프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해왔다. 23일 그는 "평생의 꿈이 이뤄졌다"며 기뻐했다. "LPGA 진출할 때 세운 목표를 이루고 한 해를 마감해 무척 홀가분하다"며 "내년 올림픽은 아무도 경험해보지 않은 무대라 무척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것을 사실상 이미 다 이룬 박인비는 "다음 목표는 생각해봐야겠지만 아직도 이룰 게 많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양준호기자 migu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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