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의 브릭스 펀드가 사라질 운명에 처한 가운데 국내에 설정된 브릭스 펀드들도 초라한 성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브릭스의 주요 국가인 브라질과 러시아가 경기침체에 빠지면서 펀드수익률에 악영향을 끼쳐 마이너스의 늪에 빠져 있는 것이다. 특히 브릭스 펀드의 장기 손실률이 두자릿수에 달해 투자자들의 한숨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10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브릭스 국가에 투자하는 국내 34개 브릭스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은 -7.49%에 불과했다. 3년 평균 수익률은 -5.53%, 5년 평균 수익률은 -25.32%에 달해 장기투자자일수록 손실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의 펀드에 관한 관심을 볼 수 있는 자금 유출입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연초 이후 브릭스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총 3,882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자금이 순유입된 브릭스 펀드는 5개에 불과했고 그나마 자금유입 규모가 가장 컸던 '슈로더브릭스 자E-1(주식)'펀드 유입금도 15억원에 불과했다.
브릭스 펀드의 성적이 이렇게 초라한 것은 4개 신흥국 중 브라질과 러시아가 2010년 이후 경기침체에 빠지면서 수익률에 악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실제 브릭스가 화두였던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까지는 4개국 모두 고르게 고성장을 이어가면서 펀드 수익률과 설정액도 꾸준히 성장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브라질과 러시아가 성장 궤도에서 이탈하면서 사정이 확 바뀌었다. 신흥국 간 수익률 편차가 심해진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중국펀드의 최근 1년간 평균 수익률은 13.68%를 기록했고 인도펀드는 같은 기간 1.74%의 수익률을 냈다. 반면 브라질펀드의 1년간 평균 수익률은 -39.12%로 극히 부진했다. 러시아펀드 역시 최근 3개월 수익률은 4.36%로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1년간 수익률은 -11.41%로 초라하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와 브라질이 경기침체에 빠지고 중국도 경기둔화 우려가 고조되면서 수익률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릭스 펀드의 창시자인 골드만삭스도 "가까운 미래에 의미 있는 자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 브릭스 펀드를 신흥시장펀드에 통합하기로 했다"고 밝힐 정도다.
신흥국 사이에서도 성과가 확연히 갈리면서 투자자들은 브릭스 국가들 중 중국과 인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실제 중국 주식형펀드의 경우 지난 5월부터 중국 증시가 급락했던 7~8월까지는 자금이 순유출된 반면 9월 이후 증시가 바닥을 다졌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10월 한 달 동안에만 1,128억원의 자금이 중국 주식형펀드에 들어왔다. 인도 펀드 역시 올 들어 1월과 7, 8월을 제외하면 매달 자금이 순유입되면서 투자자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정권교체 후 기대감에 인도 증시가 강세를 보였다"며 "전반적인 산업 구조조정과 부실 자산 정리가 마무리되면 중기적인 투자 성과가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