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인 일본 우정그룹 3사가 4일 공모가를 크게 웃도는 가격으로 거래되며 도쿄증시에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이로써 일본 정부는 지난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이 우정 민영화법을 제정한 지 만 10년 만에 총자산 295조엔에 달하는 일본 최대 공기업의 민영화를 현실화하게 됐다.
일본 우정그룹은 주요 4개사 가운데 지주회사인 일본우정과 산하 금융회사인 유초은행·간포생명보험 등 3개사를 4일 도쿄 증권거래소에 동시 상장했다. 이날 3사 상장에 따른 일본 정부의 자금 조달액은 1조4,362억엔에 달해 올해 전 세계 IPO 가운데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1987년 민영화된 일본 최대 통신회사 NTT와 1998년 이동통신회사 NTT도코모에 이어 역대 세 번째 규모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대형 IPO이자 144년 역사를 가진 우체국 주식이라는 친숙함에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면서 3사 주가는 첫날부터 크게 뛰었다. 일본우정은 공모가(1,400엔)보다 17%가량 높은 1,631엔으로 출발해 25.7% 오른 1,760엔으로 첫 거래를 마쳤다. 유초은행도 공모가(1,450엔)보다 16% 높은 1,680엔에 시초가가 형성돼 같은 수준에서 거래가 마감됐다. 간포생명은 공모가 2,200엔보다 33% 뛴 2,929엔으로 시초가가 형성돼 55.9%나 주가가 급등했다.
이번 IPO를 시작으로 일본 정부는 앞으로 추가 주식매각을 실시해 오는 2022년까지 우정그룹 민영화로 총 4조엔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번에 공개 매각된 지분은 11%로 일본 정부는 지주사인 일본우정의 경우 지분 33% 이상을 남기고 나머지는 순차 매각할 계획이다. 다음 매각일정은 전해지지 않았으나 3년 정도 간격을 두고 2018회계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 중 두 번째 지분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보도했다. 유초은행과 간포생명 등 금융회사 주식은 전부 매각해 완전 민영화하도록 규정돼 있다.
일본 정부의 우정그룹 민영화 작업은 2001년 고이즈미 정권 출범과 함께 본격화해 2005년 당시 고이즈미 총리가 중의원 해산이라는 강수까지 둔 끝에 우정민영화법을 입법화했다. 이후 고이즈미 총리 퇴임 이후 민영화를 둘러싼 자민당 내 내분이 불거지고 민주당으로 정권이 넘어가면서 민영화 계획 자체가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2012년 아베 신조 총리 집권 이후 재시동이 걸렸다.
이날 상장 행사에서 일본우정의 니시무로 다이조 사장은 "우정그룹은 새로운 역사를 맞았다"며 "우정그룹 민영화는 되돌릴 수 없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