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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파프리카 농사를 지을 때는 판매할 곳이 없어 절망적이었는데, 작년부터 롯데백화점 광주점과 직거래하고 나서는 매출도 늘고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젠 정말 농사지을 맛이 절로 납니다."
1일 만난 전남 화순군 도곡면에서 5,000㎡ 규모의 파프리카 농사를 짓는 한병인(58)씨는 요즘 절로 어깨춤이 춰진다. 5년전 도시를 떠나 이곳에서 파프리카 농사를 처음 시작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을 접하고 있어서다.
5년전 한씨는 첫 농작물로 미니 파프리카 재배를 시작했다. 전국에서 재배하는 곳도 몇 군데 없는데다 일반 파프리카의 1/3 크기여서 한입에 먹기도 좋고 당도와 영양소가 월등히 높아 소비자들이 절로 찾을 줄 알고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품질은 최상이었지만, 자본력이 없어 소비자에 전달해 줄 유통과정에 진입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농사를 접을까' 심각하게 고민하던 한씨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곳은 바로 롯데백화점 광주점이었다. 당시 광주점에서는 지역 내 경쟁력이 있는 우수 농가를 키워 전국구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한 상생 모델로 지역 농가와 직거래를 늘려가던 참이었다. 그때 한씨가 재배한 미니 파프리카의 품질은 좋은데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연이 광주점 청과 코너직원에게 흘러간 것이다. 청과 직원은 한씨의 농장을 비밀리에 방문해 농장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재배과정은 물론 품질상태까지 꼼꼼히 체크한 뒤 회사 경영진에 품질이 좋아 입점하면 소비자들이 선호할 것 같다는 의견을 보고했다. 이에 경영진도 흔쾌히 동의해 한씨의 미니 파프리카가 백화점 청과 코너에 입점하게 됐다.
작년부터 백화점 납품을 시작한 후 한씨의 매출은 1억4,000만원 수준으로 납품 이전에 비해 약 30% 가량 급증했다. 광주점에 이어 올해부터는 롯데백화점 대구점, 전주점으로 납품을 확대하면서 매출 확대는 물론 전국 브랜드로 급성장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씨는 "올해 대구와 전주까지 판로를 확대한다면 지금보다 40%가량 매출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추세라면 이 농장의 미니 파프리카가 전국에서 판매되는 날도 머지 않을 것 같다"고 한껏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정현 롯데백화점 광주점장은 "완도 전복, 장수 사과, 담양 딸기 등 30여 품목을 지역 우수 농·어가와 직접 거래하고 있다"며 "소비자에게는 짧은 운송시간으로 신선도를 높이고 유통 단계도 줄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윈윈(Win-Win) 상생 모델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김선덕기자 sd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