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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민연금 장기 재정목표를 정했지만 앞날은 그리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정목표가 보험료를 언제, 어떤 수준으로 올릴 것인가와 직결돼 있는데 받는 연금을 그대로 두고 보험료만 올리겠다는 것을 반길 가입자는 거의 없어서다. 당연히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매우 어렵다는 얘기다. 여야 간은 물론 전문가들 간의 견해 차도 상당하다. 이런 상황을 잘 알면서도 정부가 국민연금 장기 재정목표를 정하기로 한 배경에는 보험료 인상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이 작용했다.
국민연금은 직장가입자는 1988년부터, 지역가입자는 1995년부터 소득의 3%를 보험료로 내고 가입기간 보험료 부과 소득의 70%(40년 가입자 명목소득 대체율)를 연금으로 받는 구조로 출발했다. 올해 내는 9%의 보험료에는 46%의 명목소득 대체율이 적용되므로 보험료까지 고려하면 전체 연금은 지금의 4.5배로 불어난다. 보험료율이 지금과 같은 9%로 오른 시기는 직장가입자가 1998년부터, 지역가입자는 2005년부터인데 여전히 지금보다 1.5배 후한 연금을 보장 받았다. 낸 것보다 훨씬 많이 받는 구조로 출발한 셈이다. 보험료를 올리지 않으면 국민연금 재정은 오는 2044년부터 당기수지 적자로 전환되고 2060년 고갈될 것이라는 게 지난 2013년 재정계산 결과다. 2018년 재정계산 때는 고갈 시기가 5년 안팎 앞당겨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최근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이 재정계산 전망치를 1%포인트가량 밑도는 등 악재가 많아서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국민연금의 미적립 잠재부채를 한 번도 공표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말 기금 규모인 512조원과 비슷하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장기 재정목표를 정하려는 이유는 국민연금이 처한 상황을 국민에게 알려 보험료율 인상을 추진할 동력을 얻기 위해서다.
장기 재정목표와 보험료 인상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고 볼 수 있다.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가 2013년 3차 재정계산 당시 4가지 수준의 기금 적립배율(2~17배)과 보험료율(12.91~15.85%)을 예시한 게 그 예다. 적립 배율은 추계기간 마지막 해인 2083년의 기금 규모를 2084년 지출할 연금급여의 몇 배로 관리할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보험료율은 1년에 0.2%포인트가량 인상하는 게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9%에서 적립 배율 2배를 달성할 수 있는 13% 수준으로 올리는 데 20년가량 걸린다. 다만 퇴직금 적립재원의 일부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전환하면 가입자와 사용자의 부담도 덜고 보험료율 인상시기를 훨씬 앞당길 수 있다.
"퇴직금은 후불임금 성격이 강하고 근로자가 은퇴 후 생활, 사업자금 등으로 쓰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부라도 국민연금 재원으로 떼어내 활용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대하는 노동계를 설득해야 가능한 일이다.
보험료율 인상시기와 인상 폭을 둘러싼 이견도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과 시민사회단체를 대변해온 김연명 중앙대 교수는 "연금급여 지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나 2044년부터 기금의 당기수지가 적자로 전환하는 시기를 전후해 투자금 회수가 본격화되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며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어느 수준인지를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험료율을 정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더 내고 덜 받는' 쪽으로 제도를 개편하고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공무원·사학연금과의 형평성 논란도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올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보험료율이 각각 9%, 16%인데 30년 가입자에게 가입기간 월 소득의 34.5%와 56.3%를 연금으로 준다.
이는 기금이 적자를 내지 않는 수지균형 지급률인 16.9%와 30%보다 각각 1.9배가량 후한 셈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면 수지균형 지급률(24.4%)의 1.2배로 떨어진다. 반면 공무원연금은 소득의 18%를 보험료로 내고 51%를 연금으로 받아 수지균형 지급률보다 여전히 1.9배 더 받는다.
재정목표를 설정하면서 재정추계 기간을 종전처럼 70년으로 잡을지,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고려해 일본처럼 100년 수준으로 늘려 잡아야 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적립 배율 2배' 식의 재정목표보다 가입자들의 전 생애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추계기간을 100년 안팎으로 늘려 재정부담 증가추세를 제대로 반영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