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차 시장 뒤집히나

구글 자율주행차, 버스 충돌 첫 과실 사고… "신성장동력에 차질"
"사고 책임 있다" 명백히 밝혀 자동운전 시스템 위험성 드러나
전문가 "시기상조" 지적 잇달아


구글이 미래 먹거리로 선정해 기술개발에 매진해온 자율주행차가 처음으로 과실 있는 교통사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성 측면에서 위험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받아온 자율주행차가 실제 교통사고를 낼 수 있음이 확인되면서 자율주행차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던 구글과 다른 정보기술(IT)·자동차 제조사들의 전략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2월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글은 이날 성명에서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자사 자율주행차가 버스와 충돌한 교통사고의 원인이 자율주행 시스템 문제라고 인정했다. 구글은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예상하지 못하고 주행경로를 바꿔 충돌이 발생했다"며 "사고의 일부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당시 구글 자율주행차와 부딪힌 버스에는 탑승객 15명이 있었으나 다친 사람은 없었다. 블룸버그는 구글이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사고에서 자사 운전 시스템의 과실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번 사고가 구글 자율주행차가 교통사고의 책임을 지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구글은 자율주행차로 약 330만㎞를 주행하면서 작은 사고 17건을 겪었으나 모두 다른 차의 과실에 따른 것이라고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구글이 사고 발생 며칠 후인 23일 캘리포니아주 교통당국에 제출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자율주행 시스템이 충돌 원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구글은 이 보고서에서 렉서스 자동차를 개조해 만든 자사 자율주행차가 마운틴뷰의 한 도로에서 길에 놓인 모래주머니를 피하기 위해 경로를 바꾼 뒤 다시 원래 도로로 진입하려다 달려오던 버스와 부딪혔다고 밝혔다. 충돌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구글 무인차의 속도는 시속 3㎞ 이하였으며 버스는 시속 24㎞로 주행하고 있었다. 캘리포니아 연방법상 무인차라도 만일에 대비해 자동차 운전석에 사람이 타고 있어야 한다. 사고 직전 자율운전 시스템과 운전석에 앉아 있던 운전자 모두 버스가 속도를 줄이거나 길을 양보할 것으로 판단했다가 사고가 난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교통당국은 구글 자율주행차 사고와 관련해 책임 문제를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구글도 이번 사고를 자율주행 시스템에 반영해 변형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소프트웨어 조정작업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이번 사고 이후부터 우리 자율주행차들은 버스와 다른 큰 차들이 다른 자동차보다 양보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며 "앞으로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 자율주행차가 더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글의 대책 발표에도 이번 사고가 자동운전 시스템의 위험성을 드러냈다며 자율주행차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브라이언트 워커 스미스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1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자율주행차는 현실의 복잡한 도로에서 안전하게 운전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자율주행차가 그대로 도입되면 우리는 더 끔찍하고 심각한 사고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와 인터뷰한 미 소비자감시단체 컨슈머워치독의 존 심슨 이사도 "이번 사고에서 자율주행 시스템뿐 아니라 차에 탄 운전자도 사고를 예상하지 못했다"며 "구글 등 다른 IT·자동차 회사들의 자율주행차를 도로에서 신뢰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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