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연맹 금품상납 과정에 전무이사까지 관여했다"

작년 싱크로 비리 때 경찰 제보
박태환 선수에 포상금 등 명목

수영연맹 일부 간부들이 선수 부모들로부터 금품을 상납받는 과정에까지 대한수영연맹 전무이사 정모(56·구속)씨가 관여한 정황이 과거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1일 사정당국과 수영계에 따르면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선수 부모인 A씨는 지난해 5월 수영연맹 싱크로 이사 김모(45·복역 중)씨의 비리를 경찰에 제보했다. 수영계가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비리 의혹으로 휩싸였을 당시 A씨는 "김 이사의 요구로 학부모 몇 명과 돈을 모아 건넸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A씨는 "우리 아이가 국가대표 선발전과 대학 진학 등을 앞두고 있어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분야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진 김 이사의 요구를 무시하기 힘들었다"는 말과 함께 "이는 김 이사의 독자적 행동이 아닌 정 전무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

돈을 건넨 명목 가운데 하나는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자유형 200·400m에서 각각 은메달을 딴 박태환 선수에게 지급할 포상금으로 A씨를 비롯한 학부모들이 1,000만원씩 거둬 총 5,000만원을 전달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으나 A씨는 제보 며칠 뒤 정식 참고인 조사에서 말을 바꾸거나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당시 정 전무를 비롯한 연맹 수뇌부가 금품 비리에 관여했다고 판단한 경찰은 수영연맹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김 이사 사무실을 벗어난 압수수색을 허락하지 않았다. 특히 김 이사가 입을 닫은데다 A씨 등 일부 부모들마저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수사는 김 이사 개인 비리에 초점이 맞춰졌다. 결국 김 이사는 국가대표 선수와 대학 체육특기생 입학 등을 대가로 학부모 2명으로부터 7,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에 처했다가 지난해 11월 2심에서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제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조서에 남아 있는 진술은 아니다"라며 "제보한 부모가 연맹 측으로부터 거센 회유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영연맹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정 전무가 수영 선수 부모에게도 직·간접적으로 금품을 받은 단서를 잡고 최근 일부 부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또 연맹 간부들이 주요 국내경기의 심판을 매수하는 등 경기를 조작해 특정 선수를 밀어준 정황도 파악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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