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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의 역사는 지난 1954년 레이 크록이 캘리포니아에 있는 한 햄버거 가게를 방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점심시간이 되니 손님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집사람이 싸 준 샌드위치보다 훨씬 맛있어요."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는 친절했고 음식은 깨끗했다. 크록은 이곳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맥도날드 형제에게 프랜차이즈 사업권을 사들였다. 그리고는 햄버거 만드는 방법을 표준화했다. 프로세스와 기구를 디자인하고 종업원이 해야 할 일을 매뉴얼로 만들었다. 이렇게 시작된 맥도날드는 현재 119개국 3만4,000여매장을 가진 기업으로 성장했다.
맥도날드 형제나 크록은 모두 햄버거 가게를 운영했다. 그러나 접근방식은 달랐다. 맥도날드 형제는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 개념이었다. 그들이 있어야 식당이 돌아갔다. 크록은 식당 자체를 시스템화시켰다. 그리고 그 시스템을 확장시켜 나갔다. 다른 매장에서도 동일한 품질의 음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 창업자의 모습은 자영업자에 가깝다.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집중해야 한다. 여기에 창업자 역량 대부분이 투입된다. 창업자가 없으면 불가능할 것이다. 가능한 모델이라는 확신이 들면 본격적으로 사업을 키우게 된다. 더 많은 인적·물적자원을 투입하고 시스템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창업의 동기 중 하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다. 그것은 주로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든지, 기획하는 것을 좋아한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시스템을 만들고 성장시키는 데는 다른 역량을 요구 받게 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말이다.
"회사라는 것은 제품개발 50%와 그 외 수많은 일 50%로 이뤄진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습니다." 인스타그램의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의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수많은 일들이 바로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일들이다. 각각 50%라고 했지만 제품개발이 완료되고 나면 '수많은 일'의 비중이 50%를 넘어설 것이다. 적합한 사람을 구하는 일, 자본을 유치하는 일, 업무 프로세스를 만드는 일, 조직이 나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 일들이다. 구체적으로는 창업 초기 구성원들과 이후에 입사하는 전문성을 가진 구성원 사이의 조화를 어떻게 맞춰야 할지, 구성원이 늘어나면서 조직 구조를 어떻게 가지고 갈지 등의 것들이다. 소소하게는 직원 결혼식에 낼 축의금 액수도 정해야 한다. 이런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창업자에게 힘든 일은 제품을 개발하는 일 자체가 아니다. 힘들어도 재미있을 것이다. 오히려 조직을 시스템화하는 일이 어렵다. 그렇다고 피해갈 수 있는 게 아니다. 계속해서 창업가일 수는 없다. 사업가가 돼야 한다.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미리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조성주 KAIST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