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의 미술街 몸값 올려 리세일

올 첫 메이저경매 출품작에 김환기作 '창공을 날으는 새'
추정가 2배로 5년만에 등장… 9년만에 나온 천경자 '정원'
경매 최고가 기록 경신 기대


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회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이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낙찰총액을 기록한 가운데 이들의 올해 첫 메이저 경매에 굵직한 '리세일(Resale)' 작품들이 몸값을 높여 출품돼 미술계의 '호황'을 예고해주고 있다.

'리세일'이란 한 번 낙찰된 작품이 다시 경매에 오르는 재판매를 뜻하는 용어. 공산품과 달리 '유일성'의 속성을 가진 미술품은 가격 추이를 직접 비교하는 게 어렵기에 동일 작품의 반복 거래 사례인 '리세일' 가격이 시장의 바로미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오는 9일 열리는 K옥션 봄 경매에는 지난 2011년 6월 경매에서 9억4,000만원에 낙찰된 김환기의 '창공을 날으는 새'가 추정가 12억~18억원에 다시 나왔다. 5년 전 추정가가 7억~9억원이던 것과 비교하면 2배 가량 상승했다. 김환기는 지난해 10월 대표작인 푸른 점화 '19-Ⅶ-71 #209'가 47억2,100만원(2,100만 달러)에 낙찰돼 국내 미술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8년 만에 깼으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단색화'를 태동시킨 한국 현대추상의 선구자로 꼽힌다.

이 경매에는 지난 2007년 9월 11억 5,000만원에 낙찰됐던 천경자의 '정원(園)'도 다시 나왔다. 11억~15억원이던 추정가는 9년 만에 13억~20억원으로 올랐다. 특히 2007년은 뉴욕발 금융위기로 타격을 입기 직전 국내 미술계의 호황이 절정이던 때라 당시 가격을 넘어설 경우 미술시장이 회복에 이은 호황에 접어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원'이 추정가 선에서 낙찰되면 천경자의 경매 최고가 작품인 '초원Ⅱ'의 12억원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오는 16일 막을 올리는 서울옥션 경매에도 천경자의 리세일 작품이 선보인다. 꽃다발을 가슴에 안고 머리에 화관을 쓴 전형적인 천경자식 미인도 '여인'으로, 앞서 2008년 3월 경매에 추정가 5~7억원에 나와 5억원에 낙찰된 것이 이번에는 추정가 6억5,000만~12억원으로 몸값을 올려 새 주인을 기다린다.

미술품 회전율에 해단하는 '리세일 주기'는 7~8년에서 길게는 10~15년 정도다. 투기 세력이 몰려 시장에 거품이 끼는 경우 손바뀜이 2~3년 새 일어나기도 하지만 이 경우 투자 손실의 위험이 높은 편이다. 서울옥션과 K옥션의 대표를 모두 지낸 김순응 김순응아트컴퍼니 대표는 " 호황 때 구매했던 컬렉터가 장기 보유 이후 가치상승을 실현하기 위해 되팔려고 내놓은 것은 시장에 대한 긍정적 해석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